15년 만에 링 복귀한 '54살' 타이슨, '핵주먹 '녹슬지 않았다

입력시간 | 2020.11.29 14:54 | 이석무 기자 sports@

15년 만에 사각 링으로 돌아온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왼쪽)이 로이 존스 주니어를 상대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AP PHOTO

마이크 타이슨(사진)이 로이 존스 주니어와의 복싱 시범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AP PHOTO

마이크 타이슨(오른쪽)과 로이 존스 주니어가 복싱 시범경기를 마친 뒤 챔피언벨트를 함께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미국)이 15년 만에 돌아온 사각 링에서 녹슬지 않은 펀치를 뽐냈다. 팬들은 한 시절을 풍미했던 두 중년 복서의 대결 덕분에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타이슨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로이 존스 주니어(51·미국)와 2분 8라운드 복싱 경기를 펼쳤다. 정식경기가 아닌 시범경기였고 점수를 채점할 부심도 없었다. 글러브도 정식 규격보다 훨씬 두터운 12온스 글러브를 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진지함만큼은 전성기 시절 치렀던 세계 타이틀전 못지않았다. 이번 경기를 위해 무려 45kg을 감량하며 근육질 몸매를 되찾은 타이슨은 현역 선수 때처럼 경기 내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면서 묵직한 펀치를 휘둘렀다. 현역 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던 존스도 초반에 특유의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타이슨을 몰아붙였다.

물론 나이는 어쩔 수 없었다. 두 선수 나이 합계는 105살이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도 한참이 지났다. 전성기 시절과 같은 화끈한 경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 타이슨과 존스는 1라운드를 마치자마자 가뿐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타이슨은 4라운드 자신의 주특기였던 강력한 바디샷을 날려 존스를 수세에 몰았다. 경기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존스는 타이슨의 팔을 잡고 끌어안기에 급급했다.

경기 내용은 타이슨이 8라운드 내내 압도했다. 하지만 시범경기인 만큼 공식 결과는 당초 계획대로 무승부로 발표됐다. 경기가 끝난 뒤 타이슨과 존스는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타이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팬들에게 기쁨을 줬기에 무승부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KO는 아무 의미가 없고 그냥 8라운드를 모두 마쳐 기쁘다”며 “앞으로도 계속 링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존스는 “무승부에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며 “난 내가 충분히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6년 만 20살의 나이로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타이슨은 2005년 6월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6라운드 KO패를 당했을 때까지 통산 58전 50승 6패 44KO 2무효 전적을 기록했다.

타이슨은 현역 시절 ‘핵주먹’으로 불리며 최고의 복서로 이름을 날렸다. 체격이 작은 타이슨이 화끈한 KO펀치로 거구의 상대를 잇따라 쓰러뜨리자 전세계 팬들은 열광했다. 프로복싱은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타이슨은 사생활 문제와 온갖 기행으로 악명을 떨쳤다. 성폭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1992년부터 1995년까지 3년간 옥살이를 했다. 1997년에는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경기 중 상대 귀를 물어뜯고 반칙패 당해 ‘핵이빨’이란 별명도 얻었다.

타이슨은 은퇴 이후 악동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건실하게 생활했다. 복싱보다는 다양한 연예 활동으로 대중과 만나면서 선수 시절 명성을 되찾았다. 자신이 직접 출연한 1인극 ‘마이크 타이슨: 의심의 여지 없는 진실’을 통해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에도 여러 편 출연했다. 최근에는 마리화나 농장주로 변신해 합법적인 대마초 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이날 타이슨과 상대한 존스도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미들급, 슈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했다. 통산 75전 66승(47KO) 9패를 기록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추수감사절 주간에 열린 이날 경기를 통해 타이슨은 무려 1000만달러(약 110억원)의 대전료를 받았다. 존스 역시 300만달러(약 33억원)을 챙겼다. 그만큼 미국 현지에서 관심이 뜨거웠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타이슨의 복귀전이 큰 관심을 모은 것에 대해 “코로나와 관련된 뉴스들은 희망찬 내일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우리들은 우리가 아는 친숙한 것에 매달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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