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직장인들이 올해 받게 될 여름 보너스(상여금)가 평균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3일 전 산업 383개사의 여름 보너스 평균 지급액을 집계한 결과 전년대비 5.91% 증가한 98만 6233엔(약 932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 및 주요 비상장사 2293곳 중 지난 1일까지 응답한 671개사 가운데 집계 가능한 38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반도체 장비업체 디스코의 보너스가 527만 3020엔(약 4984만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1.13% 급증했다. 이는 올해뿐 아니라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다. 파워반도체·인공지능(AI)용 장비 수요 호조세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결과로, 업계 평균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년보다 높은 인상률을 나타냈다. 조사 대상의 76%를 차지한 제조업은 전년대비 5.56% 증가한 평균 101만 8830엔(약 963만원)를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6.72% 증가한 91만 7909엔(약 86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상률(4.53%)을 크게 웃돈 것으로, 건설, 철도, 외식 등이 견인했다.
상장 대기업의 호실적이 보너스 인상에 직접 반영됐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 1072개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10% 늘어난 52조 1352억엔(약 493조원)으로, 이 역시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익 증가가 임금·보너스 인상으로 이어지며, 대기업의 38.4%가 올해 보너스를 인상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종업원수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여름 보너스는 평균 75만 4044엔(약 713만원)으로 전년대비 4.15% 증가했다. 작년(7.46%)과 비교해 인상률이 크게 둔화했다. 인력난과 물가 상승에 따른 ‘방어적 임금 인상’이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름 보너스가 대폭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실질임금은 지난 4월 기준 전년대비 2% 감소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3월 개인 소비는 전기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실질임금도 지난 4월 기준 전년대비 2% 감소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엔고·관세 부담 등으로 향후 임금 인상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즈호 리서치 앤드 테크놀로지스의 사카이 사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본급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앞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쳐 임금 인상 분위기가 꺾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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