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유연탄 가격이 1년 만에 3배 이상 뛰면서 4분기에 이미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여기에 대용량으로 필요한 요소수 대란까지 겹쳤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없습니다.”
유연탄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연탄을 핵심 원료로 사용하는 시멘트 업계 비상이 걸렸다. 거기에 미세먼지 저감 시설과 운송 등에 필요한 요소수 부족 사태까지 겹치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원가 중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서 공식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동북아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22일 1톤당 221.89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9일 209.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65~73달러 사이를 오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많게는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동북아 유연탄에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러시아산과 중국산 등이 포함된다.
미래 전망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오는 11월 유연탄 시장전망지표는 7.11이다. 지난 2008년 10월 1.85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시장전망지표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가정해 과거와 미래예측을 통해 가격리스크를 측정한 확률적 계량지표다. 0~100 값을 가지며 수치가 높을수록 리스크가 낮다고 예측한다. 즉, 13년 만에 유연탄 가격이 최악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기준상 시장전망지표가 0~20 사이는 가장 낮은 등급인 ‘위험’에 해당한다.

이같은 유연탄 가격 급상승은 중국과 호주 간 갈등에서 비롯한다는 게 시멘트 업계 설명이다. 호주와 정치적 분쟁을 겪은 중국이 호주산 유연탄 수입을 받지 않게 되면서 러시아산 비중을 높이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로 들어와야 할 러시아산 유연탄 가격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부족한 부분은 호주산으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호주산은 동북아산보다 가격이 더 높아 대안이 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10월 중순 호주산 유연탄 가격이 250달러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공급자가 우위에 서는 상황이 생기면서 러시아와 호주 생산자들은 내년 1월 1일부터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연간 계약이 아닌 스폿(단기)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가격은 더욱 오를 개연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유연탄을 주요 원료로 하는 시멘트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시멘트 원가에서 유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원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수록 시멘트업체 입장에서는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거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요소수 대란 역시 시멘트 업계에는 부담이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친환경 생산설비인 미세먼지(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시설에 요소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송이 잦은 시멘트수송용 트럭에도 요소수는 필수라 운송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각종 어려움이 겹치지만 출구를 찾기도 어렵다. 생산 조절이나 시멘트 단가 인상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건설경기와 정부 주택 공급 기조를 감안할 때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멘트업계는 이미 지난 7월 레미콘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을 톤당 7만 5000원에서 7만 8800원으로 인상했었다.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이 유연탄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현재 국내 대체 비율은 23% 수준에 그친다. 독일 등 유럽의 대체율이 68%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생산할수록 손해라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며 “지금 상태라면 내년 시멘트 업계 연간 적자가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공급 차질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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