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승무원 2명이 “무속인 됐다” 퇴사…‘채도령’의 정체는

입력시간 | 2025.09.21 10:56 | 권혜미 기자 emily00a@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승무원을 그만둔 여성들이 무속인이 된 사연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사라진 딸들 그리고 기묘한 아버지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신당에서 연달아 신내림을 받은 여성들과 신아버지의 비밀을 추적했다.

사진=SBS 유튜브 채널

지난 7월 유명 항공사의 14년차 베테랑 승무원 A씨는 직원 2000여 명에게 퇴사를 앞두고 작별 인사를 담은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 메일 속에는 신내림을 받아 무속인이 되었다며 신당의 이름과 자신의 신명이 적힌 명함까지 공개했다.

동료들은 A씨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그런데 A씨에 이어 같은 해에 입사한 B씨까지 신내림을 받고 퇴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은 신당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사실은 여러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B씨의 친동생도 같은 신당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세 사람의 신아버지는 동두천에 위치한 장호사라는 신당을 운영하는 채도령이었다.

그러던 중 A씨의 어머니는 딸로부터 연락이나 접근을 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B씨의 아버지는 두 딸이 신내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SBS 유튜브 채널

A씨와 B씨의 가족들은 채도령이 무분별하게 신내림을 받게 하고, 친가족과 단절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채도령은 불과 3~4년 사이 10명의 신제자에게 내림굿을 해줬다. 그리고 신제자 10명 중에는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A씨와 B씨 뿐만 아니라 S기업에 재직했던 여성 2명 등 주로 3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채도령의 제자였던 김씨는 “채도령과 신제자들의 관계가 다단계 느낌”이라며 “제자가 손님에게 굿을 유치할 경우 수익의 상당액이 채도령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가족에게 화가 간다”는 이야기로 채도령을 만난 지 1주일 만에 내림굿을 받았다고 했다.

채도령은 제자들에게 손님 유치를 종용했고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 대출 등을 통해 굿을 하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 역시 퇴직금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까지 모두 굿값으로 썼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SBS 유튜브 채널

취재 중 만나게 된 채도령의 동생은 “신내림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채도령은 신내림을 받기 전까지 부동산과 옷가게를 했다고 한다. 그가 신내림을 받은 것은 2020년으로, 올해 경력 5년 차의 무당이었다.

또한 채도령의 동생은 과거 채도령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돈 버는 것은 신내림 밖에 없다”며 “신내림 후 조상굿을 하게 되어 있고 이것들은 다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무조건 신내림으로 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불어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가족에게 화가 온다”는 채도령의 이야기에 신내림을 받았던 제자들은 신내림과 굿으로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의 채무가 생겼다. 하지만 무당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거의 없었다.

‘그알’ 제작진은 끝까지 채도령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지만 그는 끝까지 인터뷰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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