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먹자 혓바닥 불났다" 깜짝…편의점에 뜬 '디진다 돈까스'[먹어보고서]

입력시간 | 2025.10.26 09:19 | 한전진 기자 noreturn@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디지게 매운 등심돈까스 도시락’에 부착된 주의 문구.
“어린이·노약자·임산부 공복 섭취 주의” 등 경고가 눈에 띈다. (사진=한전진 기자)

“어린이·노약자·임산부, 공복 섭취 주의.” 경고문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검붉은 소스를 듬뿍 덮은 돈까스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 첫 한입을 베어 물자, 혀끝이 얼얼하다 못해 아려왔다. SNS에서 보던 ‘온정돈까스 챌린지’를 편의점판으로 직접 체험한 순간이었다. 장난삼아 ‘다 먹어보자’며 소스를 전부 부은 선택을 한 조각 만에 후회했다. 결국 절반 이상을 남기고 포기하고 말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맵부심러(매운맛 마니아)’들의 자존심을 자극할 신제품을 내놨다. 매운맛 맛집으로 알려진 ‘온정돈까스’와 손잡고 ‘디지게 매운’ 콘셉트의 간편식 6종을 출시한 것이다. 매년 매운맛 간편식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은 소비자들의 ‘극한 도전 욕구’를 겨냥했다. 실제로 올해 1~10월 기준 매운 간편식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0% 늘었다.

이번 협업 제품은 △디지게매운등심돈까스 도시락(5500원) △디지게매운돈까스김밥(3500원) △디지게매운돈까스삼각김밥(1900원) △디지게매운통치킨버거(3900원) 등이다. 여기에 유부초밥과 앱 예약 한정 김밥까지 더해 총 6종으로 구성됐다. 기자는 이 중 네 제품을 직접 먹어봤다. ‘양념맛·눈물맛·디진다맛’ 3단계 매운맛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하나씩 단계별로 먹는 재미가 있었다.

세븐일레븐이 온정돈까스와 협업해 선보인 매운맛 간편식 4종.
왼쪽부터 통치킨버거, 삼각김밥, 김밥, 그리고 디진다맛 돈까스 도시락. (사진=한전진 기자)

가장 강렬한 메뉴는 단연 도시락이었다. 소스의 색은 검붉다 못해 흑갈색에 가까웠고, 점성이 높아 농도부터 위협적이었다. 밥 한 숟갈과 돈까스를 함께 먹자마자 혀가 얼얼해졌다. 단맛과 매운맛이 한꺼번에 터지는 ‘달큰한 매운맛 계열’이지만, 캡사이신의 자극은 만만치 않았다. 도시락 구성은 콘샐러드와 파스타, 단무지까지 갖췄으나 5500원 가격 대비 양은 많은 편이 아니다.

디지게매운돈까스김밥은 도시락 못지않게 매웠다. 매운 소스가 밥과 돈까스 사이에 가득 스며들어 있어 먹으면 양념 향이 즉시 퍼진다. 밥 자체가 맵기 때문에 조절이 불가능하다. 반면 디지게매운돈까스삼각김밥은 초보자도 먹기 좋은 수준으로, 일반 김치볶음밥보다 살짝 매운 정도다.

디지게매운통치킨버거는 의외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두툼한 통살 치킨 패티에 마요드레싱과 아삭한 양배추 샐러드가 어우러져 매콤하면서도 고소하다. 소스가 강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한 끼로도 충분했다. 시리즈 중 대중성과 맛의 밸런스를 모두 잡은 제품이다.

도시락에 별도 제공되는 ‘디진다맛’ 소스를 부은 모습. 검붉고 점성이 짙은 소스가 매운맛의 핵심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공통적으로 느껴진 특징은 캡사이신 계열의 달큰한 매운맛이다. 자극은 강하지만, 혀끝보다 목 뒤에서 단맛이 더 진하게 퍼진다. 이 점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매운맛을 순수한 자극으로 즐기는 마니아들에겐 “맵긴 매운데 맛이 없다”는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도시락에 한해 소스를 별도로 포장해 제공한 점은 눈에 띄는 장점이다. 원하는 만큼만 부어 맵기를 조절할 수 있어 매운맛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반면 김밥과 삼각김밥은 양념이 밥에 미리 배어 있어 선택 여지가 없다. 매운맛 경험을 제품별로 구분해 설계한 점도 전반적으로 괜찮게 다가왔다. 패키지에 적용된 붉은 경고문구와 단계별 매운맛 표기 역시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요소다.

이제 2030 젊은층에게 매운맛은 하나의 ‘놀이’다. SNS에서 ‘매운 음식 챌린지’가 콘텐츠화되면서, 강한 자극은 곧 소비 경험의 일부가 됐다. 이젠 누가 더 맵게,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경쟁이 됐다. 세븐일레븐의 온정돈까스 협업은 이 흐름을 편의점 시장 안으로 끌어온 시도다. 한 번의 화제성에 그칠지, 새로운 ‘편의점 챌린지’로 자리 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세븐일레븐 매대에 진열된 ‘온정돈까스’ 협업 간편식 시리즈.
김밥, 삼각김밥, 도시락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제품에 ‘양념맛·눈물맛·디진다맛’ 단계가 표기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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