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선수 전남친, 낙태 수술 후 강제추행…엄벌을 촉구합니다"

입력시간 | 2022.03.20 09:52 | 권혜미 기자 emily00a@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강한 저를 믿고 버텨왔지만…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엔 ‘배구부 선수인 전 남자친구에게 낙태 수술 후 회복실에서 준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엄벌을 촉구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작성자 A씨는 배구부 선수인 전 남자친구 B씨에게 준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당했다며 “그는 현재 스무 살 초범이며, 고소를 당하자 급하게 휴대폰을 바꿨다”고 운을 뗐다. 이어 B씨가 불법 촬영문을 소지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 24일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에서 발생했다. A씨는 B씨와 헤어진 후 3일 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사실을 그에게 알리자 “결혼을 하자. 생명 지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계획되지 않은 임신과 결혼의 끝은 파멸이라고 생각해 B씨의 제안을 거부했고, 이에 B씨는 “헤어진 사이에 왜 책임을 져야 하냐” “결혼도 안 해주고 애도 안 낳아주겠다면서 왜 나한테 책임을 바라냐”라고 말하며 태도를 바꿨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이미지투데이)

A씨는 B씨에게 병원에 동행해주기만을 부탁했지만 이를 거절당하자 B씨의 어머니와 그의 대학교에 연락을 취한 끝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B씨는 본래 동행하지 않았다가 병원 측의 수술 거부에 뒤늦게 병원에 도착하기도 했다.

수술이 끝난 후 A씨는 B씨의 부친에게 “스토킹 법이 부활했다” “아들에게 원치 않는 연락을 하거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다니면 신고하겠다” 등 이 일을 절대 누설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B씨의 부모는 A씨에게 현금 125만 원이 들어 있는 약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전화로 병원과 소독 일정을 잡고 있던 도중 “남자분께서 (A씨가) 회복실에 있는 와중에 사진을 찍으신 것 같다” “가슴도 만지고 입맞춤도 하시는 것 같았는데 알고 계시나”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씨는 B씨의 학교 측을 통해 확인했고, 이 일은 사실로 밝혀졌다. 학교의 행정 선생은 “얼굴 사진과 영상 녹음본이 있었다. 그가 가슴을 만지고 뽀뽀한 거 인정했다. 사진은 바로 지우게 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삭제된 파일에서도 확실히 지워달라”고 당부했지만, 며칠 후 한 사이트에 ‘**대 낙태남 전 여자친구’란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그 글엔 A씨의 얼굴 정면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그곳엔 ‘유망주 배구 선수의 인생을 망치는 *이다.’, ‘낙태는 여자의 동의가 있어야 되는 수술인데 동의해서 시행된 걸 텐데 왜 그가 욕을 먹냐.’, ‘남자 인생 나락 보내니까 좋냐‘ 등의 비방 글이 게재되었고, A씨는 결국 고소를 결심했다.

A씨는 이 와중에 B씨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었다면서 “그는 제가 그를 괴롭힌다고 말을 하고 다니지만 제 피해 사실을 알리는 글은 오늘이 처음이다. 남에게 피해를 받기도, 주기도 싫어하는 사람이며 전 잃을 게 많은 사람인지라 생각 짧게 행동하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연애 시절부터 억울하게 겪었던 일들을 모두 폭로하며 “모아둔 돈으로 혼자 변호인을 선임하고 현재는 고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A씨는 “꼭 고소를 했어야만 했던 건가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후 보복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하루는 잠에 들면서 공황발작을 두 번이나 해서 구급차가 두 번을 오간 날이 있다”고 호소하며 올해 새로 합격한 대학교에서도 자퇴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부모님에겐 차마 이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저는 제 부모님께 위 일을 전혀 말씀을 드리지 않았기에 온전히 의지하고 이 모든 일을 함께 이겨낼 사람이 없다. 강한 저라고 굳게 믿고 버텨왔으며 버티고 있고 버틸 거지만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해당 청원은 20일 오전 9시 30분 기준 1만 1500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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