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소연 기자] ‘그래도 나는 중산층 아닐까.’
소득이 평균 수준이고 집 한 채쯤 있다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저축하고, 은퇴 후에도 비슷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 가구 중 이같은 조건을 충족한 ‘진짜 중산층’은 4가구 중 1가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진짜 중산층 25%’ 보고서에는 중산층에 대한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단순히 소득이나 자산의 크기로 정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현재 적정한 생활 수준을 실제로 누리면서 그 생활 수준을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문제의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우리나라 중간소득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8.6%였다. 같은 기준을 가구 단위에 적용하면 전체 가구의 52.9%가 소득 중산층에 해당했다. OECD는 균등화 가처분소득이 전체 인구 중윗값의 75~200%에 해당하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본다.
연구소가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균등화 가처분소득 중윗값은 연 3744만원으로, 중간소득계층 범위는 연 2808~7488만원이다.
연구소는 여기에 실제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소비’ 기준을 추가했다. 연구소는 균등화 소비지출 중윗값의 75%(1567만원) 이상을 ‘중산층다운 최소 소비수준’으로 설정했다. 이 기준을 만족하는 가구는 전체의 66.1%였다.
하지만 많이 쓴다고 해서 중산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소는 소비 후 처분가능소득의 10% 이상을 남길 수 있는 가구를 저축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는데, 소비 기준과 저축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가구는 53.2%였다.

이에 더해 자산과 부채, 노후 준비까지 더하면 중산층 문턱은 한층 높아진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 7144만원으로 중윗값은 2억 3860만원이었다. 연구소는 순자산 중윗값부터 상위 20% 경계까지인 2억 3860만원~6억 9432만원을 자산 중산층으로 보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30% 이하이거나 원리금 상환액이 없는 경우를 부채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분류했다. 또한, 노후 준비 상태 또는 적정 생활비 충당 상태가 보통 이상인지도 함께 평가했다.
연구소는 소득과 소비, 저축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자산·부채·노후 준비 3개 조건 중 최소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진짜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이 경우, 전체 가구의 24.6%만이 연구소가 정의한 ‘진짜 중산층’으로 나타났다.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비율은 8.0%에 그쳤다.
생애주기별로 보면, 진짜 중산층의 비율은 39세 이하 24.6%, 40대 30.5%, 50대 31.2%로 상승하다가 60대 25.3%, 70세 이상에서는 10.5%로 급격히 낮아진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연령, 주거 형태, 고용 형태 및 거주지역에 따라 중산층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공통적인 핵심은 ‘현재의 생활 수준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속 가능성’에 있다”며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인생을 안정되게 살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중산층의 기준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에서 ‘얼마나 잘 살고 그 삶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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