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4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고 소매판매도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뉴욕 금융시장은 일제히 긴축 우려를 반영하기보다 자산별로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과 부채 부담에 대한 우려로 기술주가 급락하는 가운데 미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에 힘입어 오히려 하락했다.

15일(현지시간) 오전 9시55분 기준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 상승 출발했다. 장 초반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날 오전 발표된 경제지표는 물가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인 0.6%의 두 배를 웃돌았으며 202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6.3%에 달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7% 올라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해 시장 예상치 0.3%를 웃돌았다. 다만 증가분 상당 부분은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었다. 주유소 판매액이 6.4% 급증한 반면 주유소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은 늘었지만 실제 소비의 기초 체력이 그만큼 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국채시장에서는 주식시장과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5.04%대까지 하락했다. 전날 CPI 발표 이후 5.3%를 웃돌았던 금리가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내려온 것이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지표에도 AI 관련주 급락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 국채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주 약세의 배경에는 AI 산업의 막대한 투자비와 차입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를 비롯한 관련주가 연일 압박받고 있으며 반도체·메모리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는 AI 투자 모델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부각된 것이다.
국제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 확대 가능성이 맞서며 엇갈렸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달러대로 하락한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5달러 안팎에서 등락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 관여하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공격과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는 여전히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연준의 금리 판단뿐 아니라 AI 관련주 매도세의 확산 여부와 국제유가의 향방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마저 둔화한다면 연준의 정책 대응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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