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과 매물 증가 등을 근거로 주택시장 안정 조짐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울 전세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 넘게 올라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았고 곳곳에서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 거래량은 1년 새 27% 급감한 반면 신규 임대차 계약 10건 중 6건 가까이가 월세로 체결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http://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1/PS26110501880.jpg)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첫째 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9.10%로 매매가격 상승률(8.80%)을 앞질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세가격 상승률(2.47%)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6.63%포인트 확대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서울 아파트값의 장기 상승세를 인정하면서도 최근 오름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집값이 수주간 하락하고 있으며 매물 증가와 거래량 감소도 집값 하락 조짐의 근거로 제시했다. 대통령이 매매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는 사이 전세시장에서는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북권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성북구는 올해 15.76%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0%)의 13배를 웃돈다. 노원구도 15.06% 상승했고 도봉구(12.00%), 성동구(11.73%), 강북구(11.70%) 등에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실제 전세 거래에서도 최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3일 보증금 8억원에 계약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구 길음뉴타운5단지래미안 전용 84㎡도 9월 23일 8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5㎡는 지난달 31일 2억 6500만원에, 강동구 힐스테이트강동리버뷰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11억원에 각각 최고가 계약이 체결됐다.
최근에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7% 올라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성북구가 길음·돈암동을 중심으로 0.41%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고 노원구도 0.37% 뛰었다.
전셋값이 오르는 동안 거래량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전세 거래는 8만 51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 6868건)보다 27.2% 급감했다. 반면 월세 거래는 9만 599건에서 8만 9057건으로 1.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세 거래가 월세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임대차시장에서도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은 2024년 58.3%에서 지난해 56.3%, 올해 48.9%로 낮아졌다.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1.7%에서 51.1%로 높아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월세 거래가 전세보다 많은 지역도 2024년 3곳에서 올해 13곳으로 늘었다.
신규계약에서는 월세화가 더욱 뚜렷하다. 올해 1~9월 신규 전세 계약은 3만 919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감소한 반면 신규 월세 계약은 5만 2048건으로 0.7% 증가했다.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4.3%에서 올해 57.0%까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입주물량 부족과 전세 유통 매물 감소로 가격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입주물량 부족에 전세 유통 매물까지 감소하면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전세도 매매처럼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전세대출 부담으로 수요가 일부 둔화할 수 있지만 가격 하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세 비중 확대는 세입자들의 자산 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전문위원은 “월세화의 충격은 현재의 생활비에만 그치지 않고 소비와 저축 여력이 줄어들게 한다”며 “주거비 부담이 자산 형성의 기회를 갉아먹고 이는 다시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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