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방산포럼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며 한국과 NATO 간 방산 협력을 ‘한-NATO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방산포럼 기조연설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대한민국과 NATO가 ‘더 안전한 세계’를 위해 함께 구축해 나갈 방산 협력의 비전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유된 가치, 더 강한 산업기반 : 파트너십 및 협력 확대’를 주제로 개최된 네 번째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대한민국과 나토의 방위산업 연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나토 방산포럼은 나토 동맹국과 파트너 국의 정부를 비롯해 방산업계, 금융권 고위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로, 지난해부터 나토 정상회담의 공식 일정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냉전 이후 지속돼 온 국제질서의 안정기를 지나 지정학적 갈등이 상시화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인공지능과 드론,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억제력의 본질이 됐다”며 “이제 전쟁은 전장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무기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이 곧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방산 협력의 핵심 조건으로 ‘신뢰’를 제시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도 공급이 끊기지 않으리라는 확신, 핵심기술이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지리라는 믿음 없이 진정한 연대와 협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은 그 신뢰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NATO와 대한민국은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파트너”라며 “이러한 신뢰 위에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NATO 동맹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높은 기술적 호환성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은 폴란드, 독일, 프랑스, 루마니아, 노르웨이 등 많은 NATO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생산 역량과 검증된 기술력이 NATO의 오랜 노하우와 합쳐진다면 양측의 안보 역량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NATO와의 협력 확대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첨단기술의 공동연구를 과감하게 확장해야 한다”며 “한국이 참여하는 NATO의 탄약, 우주 분야 협력 프로그램처럼 더 많은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순히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며, 함께 운용하는 ‘한-NATO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해 나가기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 비축유 공동 관리 사례를 언급하며 “방위산업에서도 이러한 지혜가 발휘되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지키는 일은 어느 한 나라의 몫이 아니다”라며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국가들이 더 단단하게 연대할 때 세계는 비로소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지키는 안보협력의 동반자로서 NATO와 함께 ‘더 안전한 세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방산포럼에 앞서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대표들과 소인수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나토와 인·태 파트너 간 안보 협력을 위한 최고위급 협의체로, 양측의 협력 의지를 바탕으로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에 이어 개최됐다.
우리 측에서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유정현 주나토 대사가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대신과 모테기 토시미쓰 외무대신 등이 참석했다. 호주에서는 팻 콘로이 방산장관과 앵거스 캠벨 주나토 대사 등이 함께했으며, 뉴질랜드에서는 크리스 펭크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각 국가 대표들은 약 20분간의 회의를 마친 뒤에는 포토월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 팻 콘로이 방산장관에게 “총리님께 안부 전해 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마크 루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루터 사무총장은 “직접 뵙게 돼 너무 반갑고 참석해줘서 감사하다”면서 “한·나토 관계가 계속 강력히 발전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각별히 노력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루터 총장님, 전화로 두어 번 통화했는데 직접 뵈니 너무 반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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