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가 7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AI 투자 열풍이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금융과 헬스케어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기준(미 동부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사상 최고 장중치를 새로 쓴 뒤 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 하락하고 있다.
반도체주 급락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는 7% 떨어졌고 KLA, 마벨 테크놀로지, 브로드컴, AMD도 일제히 하락하소 있다.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반에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SMH)는 5% 가까이 급락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 가운데 하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조정은 AI 산업에 대한 투자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우려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반도체주는 올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 가능성, 수천억달러 규모의 AI 투자 계획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나스닥100지수가 3월 말 이후 약 30% 급등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UBS 글로벌자산관리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카르디 최고투자책임자는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투자 기회가 있다”면서도 “향후 증시 상승은 소수 AI 종목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주도권이 확대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주 매도세는 아시아 시장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했음에도 투자자들은 향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AI 투자 지속 가능성을 더 우려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약 6.9% 급락했다. 이에 코스피도 5% 가까이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자체 칩 개발이 현실화하면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등 기존 반도체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엔비디아 주가는 1% 이상 하락하고 있다.
반면 시장 전반에서는 업종 간 순환매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S&P500 편입 종목 대부분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일라이 릴리는 2% 이상 오르고, JP모건체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도 강세를 나타냈다. 월마트 역시 다진 쇠고기와 코카콜라 등 일부 생활필수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한 뒤 1% 이상 상승하고 있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는 “현재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업종 간 순환매보다 기술주 내부의 순환매”라며 “기술주 안에서 자금 이동이 원활하게 이어진다면 증시의 강세 흐름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4~6주간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4~5월의 가파른 상승 이후 나타난 일시적인 숨 고르기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동 지정학적 긴장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5%까지 상승하고 있다.
이날 나스닥100지수에 새로 편입된 스페이스X도 5% 이상 하락하고 있다. 다만 모건스탠리와 레이먼드제임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최근 잇달아 스페이스X에 대한 신규 매수 의견을 제시하며 장기 성장성에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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