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상반기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3분기 들어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치며 꺾였다. 누적 투자액은 4년 만에 10조원을 넘었지만, 이 중 2조원대 구주 거래가 포함되면서 의미가 축소됐다는 평가다. 올 10월 들어 증시가 급락하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식으면서 4분기에는 투자 위축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벤처투자 10조 넘었다더니”…알고 보니 2조는 착시[마켓인]](http://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2901908.600x.0.jpeg)
29일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10조1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10조원을 넘은 것은 투자호황기였던 지난 2022년 이후 처음이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연간 투자액이 7조원대에 머물렀는데, 올해는 3분기 만에 이를 넘어섰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투자 혹한기를 지나 AI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투자가 잇따른 영향이다.
역대급 투자 수치는 지난 6월 성사된 두나무 지분 거래가 영향을 줬다. 2조2160억원 규모로 기존 주주의 지분을 사들인 구주 거래로, 스타트업에 투자는 아니다. 회사의 성장 자금으로 쓰이는 신주 투자와 달리 지분의 주인만 바뀐 거래인데, 집계에는 투자액으로 함께 잡혔다. 이 거래 하나가 올해 누적 투자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두나무를 빼면 누적 투자액은 8조원 안팎으로 내려간다.
오히려 두나무를 거래를 제외하면 3분기 들어 투자는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다. 3분기 투자액은 약 2조2000억원으로, 두나무를 뺀 2분기(3조4000억원대)보다 35%가량 적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금액은 9.2%, 건수는 3.4% 줄었다. 상반기 가파르게 늘던 투자가 3분기에 한 해 전 수준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상반기에는 대형 AI 기업들이 잇따라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을 끌어올렸지만, 3분기에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지 못했다.
투자가 줄면서, 돈은 쏠리는 곳에 더욱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AI·로보틱스 분야가 3분기 전체 투자금의 45%를 가져갔다. AI 반도체와 바이오, 방산 등 일부 분야도 지난해보다 투자가 크게 늘었다. 반면 AI·로보틱스를 제외한 분야의 초기 투자는 지난해보다 28% 줄었다.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면 초기 기업이 투자를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런 쏠림은 4분기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4분기 전망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7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코스닥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에 관망 심리가 짙어졌다. IPO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코스닥 첫 ‘1조원 IPO’로 주목받은 엘리스그룹은 청약증거금 10조원을 모으고도 지난 20일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2%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비상장 기업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의 회수도 늦어지고 있다.
VC 입장에서는 상장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좁아지는 셈이다. 회수가 막히면 출자자(LP)에게 돌려줄 돈이 줄고, 새 펀드를 결성하거나 신규 투자에 나설 여력도 함께 줄어든다. 후속 투자를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자금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3분기에 나타난 위축이 4분기에 더 뚜렷해질 수 있는 이유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계절적으로 투자가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고금리 장기화와 증시 불안으로 후속 투자 중심의 '생존 지원' 외에는 신규 딜을 열기 힘든 분위기”라며 “AI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다들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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