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살리려다 주문까지 줄어들라”…배달앱 상한제에 쏟아진 경고

입력시간 | 2026.11.06 15:55 | 한전진 기자 | noreturn@edaily.co.kr

[글·사진=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배달앱 수수료를 법으로 제한해도 자영업자의 실질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플랫폼이 소비자 혜택이나 투자를 줄이면 주문이 감소하고 비용 부담이 라이더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수료율뿐 아니라 음식점 수익과 소비자 부담, 배달 종사자 소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배달플랫폼 입법,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배달플랫폼 입법,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배달플랫폼 입법,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토론회에서는 수수료 규제의 실효성과 시장 파급효과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쟁법학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학계와 입점사업자·배달협력사 단체,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첫 발제를 맡은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에 드는 비용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값이 1만원이고 업주 부담 배달비가 3000원이면 배달비만으로 주문액의 30%에 이른다는 예를 들었다. 라이더 인건비 성격의 배달비까지 포함해 총비용을 15%로 제한하면 실제 서비스 제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플랫폼이 무료배달 혜택을 축소하고 소비자가 추가 배달비 부담에 주문을 줄이면 음식점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를 도입했을 때 효과가 어느 정도는 실증적으로 추론돼야 한다”며 정부 정책은 진입장벽 완화와 경쟁 활성화, 정보 공개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현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투자 유인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수수료 인하는 음식점의 비용을 줄이고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지만 플랫폼의 운영 방식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래 한 건에서 얻는 수익이 줄면 배달 효율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미국의 수수료 상한제 시행 이후 보호 대상인 독립 음식점의 주문과 매출이 오히려 감소한 연구를 소개했다. 플랫폼이 수수료 제한을 받지 않는 체인 음식점을 더 노출하는 현상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조건과 규제 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특정한 주체만을 위한 수수료 상한을 생각하다 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배달플랫폼 입법,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배달플랫폼 입법,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는 음식점의 취약한 협상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도 음식점은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앱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워 거래 조건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규제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도 봐야 하지만 규제를 하지 않을 때 거래상 불균형이 계속되는 비용도 함께 봐야 한다”며 정책 효과를 검증하면서 필요한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입점사업자 측에서는 수수료만으로 수익성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경진 한국배달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회장은 원재료비·인건비·임대료에 광고비까지 더해지는 비용 구조를 짚으며 광고를 줄이면 매출이 떨어지는 현장의 부담을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의 할인·마케팅 축소도 객단가가 낮은 음식점에 타격이 될 수 있다”며 “광고의 효율을 높이고 매출을 키우는 쪽으로 플랫폼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배달 현장에서는 라이더 소득 감소를 우려했다. 고지훈 전국배달협력사바른정책실천을위한대표모임 대표는 “지난해 상생 요금제 도입 이후 라이더 배달비가 낮아지는 상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류비와 보험료, 오토바이 유지·수리비를 부담하는 라이더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며 “수수료 규제에 앞서 배달 보수와 주문 건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공정위는 상위 두 배달앱으로의 집중과 입점업체의 협상력 부족을 지적하며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수진 공정위 디지털공정거래정책과장은 “일률적인 가격에 대한 직접 규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이 계속 커지고 있어 수수료 규제 필요성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부터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이달 발표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이해관계자별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홍 과장은 “풍선효과 등을 고려해 입법 논의를 지원하고 규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신중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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