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20.8%로 대폭 상향…8000피가 바꾼 청사진[마켓인]

입력시간 | 2026.05.28 18:19 | 허지은 기자 | hurji@edaily.co.kr

정은경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의 기금 운용 청사진인 중기 자산배분계획을 의결하면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 보다 5.9%포인트 높인 20.8%로 확정했다. 코스피 지수가 8400선을 돌파하면서 기계적 매도(리밸런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연금의 장기 위험분산 원칙과 자본시장 조절 기능 측면을 두고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기금위는 올해 말 기준 자산별 목표비중을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 등으로 재조정했다. 아울러 기금위는 이어진 중기 자산배분안 심의에서도 내년(2027년)도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올해와 같은 20.8%로 유지하기로 확정했다.

회의를 주재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국내 증시가 코스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0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자산배분안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국내주식 비중 상향 조정이었다. 최근 코스피 강세로 국민연금의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30% 안팎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최근 코스피가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적용하면 국내주식 보유분 중 약 177조원 규모가 기계적 매도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말 기준 전체 기금 내 국내주식 비중(24.5%)에 지수 변동폭을 단순 반영하더라도 당장 수십조원의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상향되면서 단기적으로 기계적 매도 부담은 줄어들게 됐다. 기금위는 이에 더해 국내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해 버퍼를 넓히기로 했다. 다만 향후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하한선을 지키기 위해 국내주식을 강제로 매수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기금의 장기 재정 안정성이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인질로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안전판’으로서 자연스러운 차익 실현을 통해 과열된 시장을 조절하는 본연의 역할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의 경우,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개인 투자자 등 시장 대기 자금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데도 무리하게 비중을 높여 장기 수익률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해외 투자 비중의 보수적 접근에 대한 후속 쟁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주식 비중이 대폭 확대되면서 해외주식(34.7%)과 대체투자(14.0%) 등 글로벌 자산군의 비중 성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금이 자국 경제와의 동조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년간 추진해 온 글로벌 분산투자 원칙이 시장 분위기에 밀려 흔들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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