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모듈러 공법 확대에 나섰지만 고층화 기술과 높은 공사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높은 공사비와 부족한 실증 사례 등으로 실제 공급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30년까지 모듈러주택 1만6000가구 발주를 추진한다. 올해 2100가구를 시작으로 2027~2029년 매년 3000가구, 2030년 5000가구를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LH는 2030년까지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 대비 공사기간을 50% 단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지구를 찾아 모듈러 주택의 실제 공기 단축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장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모듈러 공법은 주요 구조물과 설비 등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Off-Site Construction) 건축기술이다. 기존 공법 대비 공사기간을 20~30%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활용 가치가 높은 공법이다.
문제는 모듈러 건축 기술의 실증 여부 및 비용이다. 싱가포르 등 해외의 경우 초고층 모듈러 공동주택 사례가 있으나 국내 고층 아파트에 대량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조 안전성과 주거성능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2023년 준공된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13층이 최고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술 수준에서 고층 아파트 전체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기에는 기술적·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시설이나 공정에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듈러 공법 도입이 곧바로 대규모 주택 공급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부분 적용 사례는 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센터파크에 주요 구조물과 설비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모듈러 엘리베이터를 적용해 기존 대비 작업일을 약 40일 가량 줄였다.

국내 모듈러 주택의 설계·부품·접합방식에 대한 표준화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공사비 상승도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기존 RC 공법 대비 공사비가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추가 공사비의 절반가량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체계 구축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급확대 방안으로 모듈러주택이 제시되면서 국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계류 중인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건축 표준 기준 등을 담은 특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안에 포함된 일괄입찰·통합발주 특례를 두고 모듈러 업계와 전기·정보통신·소방업계가 대립하고 있어 이견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서 택지 조성부터 착공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하라 주문을 한만큼 모듈러 주택 활용 등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함께 챙기겠다”고 말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의 신호와 함께 규격 및 규제의 성숙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신공법 도입에 따른 건설업계 이해관계자간에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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