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청년들 위한 집을 짓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통학이 너무 힘들어서 휴학까지 했어요. 주변에 출퇴근하다 졸도했다는 사람도 있어요.”
29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정부의 신규택지 발표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대학생 자녀가 혼잡한 대중교통으로 통학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A씨는 “주변 환경이 좋아지고 젊은 사람들 살 집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교통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골병라인’ 오명…5호선 연장 속도 관건정부는 이날 고촌읍 일대 약 365만㎡에 3만7000가구 규모 신규택지 ‘김포아라’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1만8000가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인근 한강시네폴리스 산업단지와 고촌 물류단지를 연계해 자족형 생활권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고촌읍은 서울 접근성만 놓고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입지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골드라인으로 한 차례 갈아타면 40분여 만에 고촌역에 도착할 수 있다. 두 차례 환승하면 강남역까지 50여분이면 닿는다. 서울 서남권인 마곡까지는 한 차례 환승으로 약 20분 거리다. 서울 강서구와 맞닿아 있어 마곡 등 서부권 직장인들의 주거 수요를 흡수할 만한 입지다.
문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교통 여건이다. 김포골드라인은 극심한 혼잡으로 ‘골병라인’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서울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교적 짧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열차에 몸을 싣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교통난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섰다.
아이와 함께 길을 걷던 40대 직장인 B씨는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다니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든데 별다른 교통대책 없이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교통대책이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 같은 교통난 우려를 의식해 교통망 확충을 약속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교통 혼잡도 해소를 위해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기존 도로망의 진출입 체계를 입체화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해 광역교통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사업은 올해 3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당초 제시했던 2031년 개통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김포시가 밝힌 착공 목표 시점은 2031년 상반기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노선 개통이 입주보다 늦어질 경우 입주 초기 교통 불편이 그대로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땅 포함인가요?”…토지주 문의 잇따라신규택지 발표 소식에 고촌읍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토지주들의 문의 전화가 서너 통 걸려 왔다. 기존에 매물로 내놓은 땅이 사업구역에 포함되는지 확인하려는 문의였다. 해당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는 평당 200만원이 넘는 땅으로 연세 많은 토지주가 싸게 내놓았던 곳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왔다”고 전했다.
개발 예정지의 정확한 경계를 둘러싼 혼선도 있었다. 국토부가 공개한 위치도에는 대략적인 사업구역만 표시돼 있어 개별 토지의 편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도를 펼쳐 놓고 고촌119안전센터 맞은편과 신곡사거리, 월드아파트 뒤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을 짚었다. 그는 “아침부터 토지주들의 문의전화는 계속 오는데 어디까지 사업 범위에 포함되는지 모르겠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신규택지 후보지에 포함된 풍곡리와 신곡리 일대에는 수확을 마친 논밭과 오랫동안 경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땅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농지가 많은 지역인 만큼 향후 보상가격을 둘러싼 토지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있다.
고촌에서 20년가량 거주했다는 80대 토지주 C씨도 개발에 대한 기대보다 보상 문제를 걱정했다. C씨는 “땅이 많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얼마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개발이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라며 “지금도 아파트가 많은데 집을 더 짓는다고 지역이 얼마나 좋아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는 2030년 착공해 2033년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토지보상 협의가 지연될 경우 전체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고촌 일대는 과거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던 개발사업이 무산된 전례도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시 토지 지분 쪼개기와 보상 문제 등이 얽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토지주들과의 보상 협의가 사업 추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농지가 많은 지역이라 지장물 조사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얼마를 보상해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과거 다른 개발사업처럼 보상가격이 낮게 책정되면 토지주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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