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상장 접은 하이닉스…69조원 있어도 美공장 투자금 고민

입력시간 | 2026.10.23 15:58 | 송재민 기자 | song@edaily.co.kr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면서 국내외 반도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지만 미국 신규 낸드 공장과 국내 생산시설,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등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투자 수요 속에서 재무 부담과 주주환원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한 23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한 23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SK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및 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해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를 조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순현금 69조원에도 국내외 투자 부담 확대

SK하이닉스의 자체 현금 여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단기투자자산을 합친 금액은 약 88조원이다. 총차입금 18조6000억원을 제외한 순현금은 약 69조400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1조7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18조1898억원의 약 5배로 확대됐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약 265억달러를 추가 조달했다.

이처럼 재무 여력은 확대됐지만 설비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에 따른 현금지출은 18조3288억원으로 전년 동기 10조6157억원보다 약 73% 증가했다.

향후 투자 수요를 보여주는 유형자산 구매약정액도 6월 말 기준 61조4845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6679억원의 약 9.2배에 달했다. 회사는 최근 완료한 자사주 취득에도 약 40조원을 투입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기존 투자만으로도 중장기 자금 수요가 상당한 상황이다.

(사진=솔라다임 홈페이지)

(사진=솔라다임 홈페이지)

여기에 솔리다임의 미국 신규 낸드 생산시설 투자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증가로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주 신규 공장 건설 등이 거론되지만 투자 규모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IPO를 대체할 자금조달 방식이 중요해졌다. 자체 현금을 투입하면 지분 희석과 이자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다른 사업에 활용할 재원은 줄어든다. 반면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을 활용하면 현금 지출을 분산할 수 있으나 이자와 상환 부담이 발생한다.

中 생산거점 규제 부담…YMTC 추격도 가속

투자 재원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거점의 운영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솔리다임은 미국 기업이지만 주요 낸드 생산거점은 중국 다롄에 있다. 미국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첨단 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기존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규제 대응이 필요한 구조다.

이와 관련해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신규 공장 투자와 다롄 공장 장비 반입 문제를 연계해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다만 회사는 다롄 공장 모드B의 장비 설치가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진행됐으며 생산능력 확대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미국 신규 생산거점 확보와 중국 공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낸드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비트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5%,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은 합산 22%였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14%로 키옥시아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YMTC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용량 기업용 SS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산능력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업용 SSD가 전체 낸드 비트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26%에서 48%로 상승했다. 솔리다임이 미국 신규 생산시설 확보를 추진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수요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는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IPO 검토 중단으로 외부 자본을 활용해 투자 부담을 분산하려던 선택지가 사라진 만큼 대체 재원 확보와 주주환원의 균형이 향후 투자 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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