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2심 무죄…시장직 상실 위기서 기사회생

입력시간 | 2026.10.23 15:50 | 이영민 기자 | yml1221@edaily.co.kr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시장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상고할 예정이지만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면서 민선 9기 시정 운영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태균 주장에 물음표 단 재판부…오세훈 “진실은 결국 제자리 찾아”

오세훈 시장은 23일 2심 판결 직후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직자로서 더욱 신중하고 빈틈없이 처신했어야 함에도 검찰과 법원을 오가며 재판받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 자체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앞으로 공직자로서 더 엄격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늦었지만 진실은 결국 제자리를 찾았다. 사필귀정이라고 믿는다”면서 “1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저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끝까지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항소심에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오 시장의 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후원자인 김한정 씨에게도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1심에서 주요하게 다룬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의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인 명씨로부터 총 10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 모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지불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오 시장은 정치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 1심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씨에게 의뢰하고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판결했다. 1심 판결이 유지됐을 경우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잃을 뿐 아니라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자금법 제57조는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을 100만원 이상 선고받으면 형 확정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으며 이미 취임·임용한 경우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한다.

◇5선 시장으로 입지 굳힌 오세훈…민선 9기 주요 사업에 재시동

오세훈 시장이 사법 리스크를 덜면서 ‘청년 AI사다리’와 ‘한강버스’ 등 민선 9기 서울시의 주요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청년AI 사다리는 19~29세 청년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권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성과에 따라 대상과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예산 56억원은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오 시장은 이후 자신의 SNS에서 “시민을 위한 예산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또 다시 난도질당하고 특정 단체 나눠먹기로 변질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백 번이고 다시 일어나 시민의 뜻을 모으고 시의회를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던 한강버스도 한숨 돌리게 됐다.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버스라고 (이름)붙여 놓고 정작 아침 출근 시간에는 운행도 하지 않는다. 시는 한강버스를 대중교통이라고 주장하며 조례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시 기본요금도 안 되는 3000원의 저렴한 비용을 설정하고 혈세로 적자를 메꾸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3년 안에 한강버스가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재 한강버스의 이용요금은 일반 3000원, 청소년(만 13∼18세) 1800원, 어린이(만 6∼12세) 1100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재판부가 오 시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시정에 날개를 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장성호 정치평론가(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오 시장이 주요 정책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이다. 시정 감시나 예산 심의에서 (오 시장을) 무리하게 견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무죄가 나오면 여소야대 상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여당이 서울시정을 모두 정지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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