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쏟아질텐데 막막”…개정 형소법 첫날, 어수선한 경찰들

입력시간 | 2026.10.02 16:37 | 이민하 기자 | minha12@edaily.co.kr

공소청 개청 첫날인 2일 대구지방공소청으로 경찰 직원이 공소청에서 서류를 넘겨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소청 개청 첫날인 2일 대구지방공소청으로 경찰 직원이 공소청에서 서류를 넘겨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 염정인 원다연 기자 김태섭 정유진 수습기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될지 막막해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2일,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 경찰관 A 씨는 첫날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실무자들이 사전 조치를 해뒀지만 모든 변화에 대응할 수는 없다”며 “절차상 걸림돌이 자칫 수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적용된다. 그동안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권한만 남았다. 대검찰청이 올해 3~4월 경찰 송치 사건 5만517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45.6%인 2만5152건에서 검찰이 수사보고서 작성이나 영장 청구, 사실조회 등 직접 보완수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검찰의 보완수사 업무가 오롯이 경찰의 업무로 넘어오는 구조가 된 것이다. 경찰은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이 회의는 국민의 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이 회의는 국민의 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한 달 안에 가능하겠나”…업무량 폭주 우려

경찰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업무량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해지면서 공소청과 경찰의 보완수사 불협화음으로 수사 기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보완수사 요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2021년 8만7173건에서 지난해 11만623건으로 4년 새 27% 늘었다.

수사팀장 C 씨는 “이번 달부터 미친 듯이 사건이 쏟아져 내려올 텐데, 이를 우려해 수사 부서를 나간 사람도 많다”며 “보통 한 수사관이 맡는 사건이 40건을 넘어서면 경찰관들은 피의자 이름을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개월’이라는 보완수사 처리 기한도 부담이다. 수사팀장 D 씨는 “지금은 보완수사 기간이 2~3개월이라 여유가 있었는데, 주말이나 연휴가 끼고 영장은 과장 결재까지 받아야 해 한 달 만에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날 일어난 사건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라 즉시성·긴급성 있는 사건이 먼저”라며 “검사가 보완을 요구한 부분까지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징계요구 규정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각급 공소청장이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고, 그 대상을 재수사요구까지 넓혔다. 하지만 어떤 경우가 ‘정당한 이유’인지는 법령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경찰관 C 씨는 “정당한 이유라는 건 누구나 해석하기 나름이라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라며 “주관적인 요소에 수사관의 결정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뢰인은 “내 사건 어디로”…법조계·학계도 우려

법조계에서는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고소인과 피의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지형 법무법인 리버티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제일 많이 묻는 건 ‘내 사건이 이제 다른 곳으로 가느냐’”라고 전했다. 그는 보완수사 1개월 기한에 대해 “법에는 기한이 있지만 실무적으로 지켜지겠느냐”며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피의자든 피해자든 모두에게 피해”라고 말했다.

사기·횡령 같은 재산범죄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재산범죄는 법리 판단이 까다롭고 따져볼 자료도 많아서다. 한 변호사는 “재산범죄는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부터 혐의가 아주 명백하지 않으면 불송치되는 경향이 뚜렷했다”라며 “형사법 개정으로 이런 양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경찰 판단이 검찰 보완수사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경찰 단계에서 결론이 나면 사실상 바뀌기 어려워 의뢰인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는 형소법 개정으로 일선 수사관들이 안팎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밖으로는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가 이어지고, 안으로는 부실 수사를 막으려는 간부들의 점검이 촘촘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종철 송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는 기관 대 기관이라 차라리 버틸 수 있지만, 내부에서 핀셋식 지시를 받으면 일선 경찰관들의 스트레스가 커진다”며 “사건마다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근거를 서장·과장에게 다 보고해야 하니, 수사 과정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런 상황은 수사관 기피와 수사 역량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찰이 사실상 유일한 수사 주체가 된 만큼 수사 인력을 따로 뽑고 관리·양성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사 전문성 향상을 위해 별도의 수사 직렬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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