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보경 안치영 기자] 정부가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에만 적용한다면 한 살 하향조정은 미약하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적용 범위 뿐만 아니라 연령 기준까지 다시 검토해 추가 공론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을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정해 13세 미만으로 하향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보고했다. 현행 기준보다 1세 낮아지는 만큼 형법과 소년법 등 관련 법률 개정 작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성평등부가 보고한 내용은 시민참여단 212명의 숙의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지난 4월 이틀간에 걸친 공론화 과정에서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46.7%)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기존 5.7%에서 숙의 후 17.0%까지 높아졌지만 과반수의 시민들은 토의 후에도 촉법소년 기준을 한 살 낮추자는 의견(55.8%)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세 하향 의견 내놓은 李…하향방식 구체화될 듯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조건부라면 2세 하향도 가능하지 않냐”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기준 조정 안건을 재검토하게 됐다. 일률 하향과 조건부 하향 여부뿐 아니라 연령 기준까지 논의 대상에 오른 셈이다.
이 대통령은 권고안을 보고받은 뒤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일률적으로 한다면 1세로 하는 게 적정한 것 같고 중대범죄일 경우에는 1세로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범죄에 대해 연령 기준을 1세 낮추자는 건 미약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전세계적으로 촉법소년 나이를 12세로 정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고 제안했다.
앞서 공론화 시민참여단 숙의 결과에서는 촉법소년 기준을 2세 낮춰 12세 미만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은 23.9%, 3세 하향 의견은 7.9%에 불과했다.
시민참여단 숙의 결과에서 2세 하향 의견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를 재논의하는 게 의미가 있냐는 지적에 대해 성평등부는 기존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문항을 간략하게 구성하면서 시민들에게 대안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심층적으로 논의하면 일반 범죄는 1세 낮추고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2세 낮추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며 “설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숙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조합이나 제3의 안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공론화 방식을 따로 주문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성평등부가 공론화를 맡을지는 미지수다.
◇소년범 보호 논의, 국무회의에선 ‘패싱’…범정부 대책 향방은정부는 이번 권고안에 연령 하향과 함께 소년범 보호·교정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담았지만 이날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별도 논의하지 않았다.
해당 방안은 올해 하반기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년비행예방정책위원회’를 설치해 보호처분과 교정, 재범 예방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촉법소년 연령 논쟁에 비해 보호처분 인프라와 재범 방지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1호(감호위탁)·6호(소년보호시설 위탁)·7호 처분 시설과 소년분류심사원 등 보호처분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이 위탁되는 7호 처분의 경우 입원뿐 아니라 통원치료까지 가능하게끔 하고, 소년원(8·9·10호 처분) 기간을 다양화하고 사후관리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피해자 보호 방안 역시 종합대책에 포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함에 따라 보호체계 개선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정부가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했던 범정부 위원회와 종합대책 마련 일정도 연령 조정 논의와 함께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성평등부는 “법무부 산하에 소년비행예방협의회가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소년 보호체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며 “비행청소년 회복지원시설 확충과 인력 보강 등은 우리 부에서 최선을 다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범정부 협의체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관계부처가 전부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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