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그 정도 스타들을 데리고 있었다면 이탈리아가 우리를 이겼어야죠.”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24년이 지나도록 당시 16강전 패배를 심판 판정 탓으로 돌리는 이탈리아 축구계에 일침을 놓았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한국을 꺾지 못한 책임을 심판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8일 이탈리아 축구 기자 잔루카 디마르치오와의 인터뷰에서 2002 한·일월드컵 한국과 이털리아와의 16강전을 돌아봤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당시 주심 비론 모레노(에콰도르)를 둘러싼 판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히딩크 감독은 질문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그 질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미 편향된 시각이 담겨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크리스티안 비에리도 전반전에 팔꿈치를 사용한 장면에서 옐로카드를 받았어야 했다. 모레나 주심은 그것 역시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2002년 6월 18일 대전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했다.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설기현이 후반 막판 동점골을 터뜨렸고, 연장전에서 안정환이 극적인 골든골을 꽂아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전력은 화려했다. 비에리를 비롯해 파올로 말디니, 프란체스코 토티, 잔루이지 부폰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했다. 2002년 한국에 발목을 잡혔던 이탈리아는 4년 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이탈리아에서는 한·일월드컵 탈락을 두고 지금까지도 모레노 주심의 판정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심판을 탓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당시 이탈리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팀이었다. 선수들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 경기력을 가진 팀이었다면 한국을 완전히 압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이탈리아를 탈락시킨 결승골의 주인공 안정환이 겪었던 수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서 뛰던 안정환은 이탈리아전 골든골 이후 소속팀 구단주 루차노 가우치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가우치는 “안정환은 2번 다시 페루자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축구를 망친 사람에게 급여를 지급할 생각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안정환은 결국 페루자를 떠났다.
히딩크 감독은 이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졌을 때는 신사답게 행동해야 한다”며 “안정환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환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을 위해 뛰었다”며 “그렇다면 그가 자책골이라고 넣엇어야 했다는 말인가. 내 대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은 결국 스포츠의 본질을 이야기하며 이탈리아를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그게 스포츠다. 이기면 축하하고, 졌다면 남자답게, 신사답게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과연 그렇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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