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친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약 1조9400억원어치를 장외에서 매수한다.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상속세를 지난 5월 모두 납부한 가운데, 홍 명예관장이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기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거래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10월 12일 홍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보통주 718만8793주를 장외매수할 계획이다. 거래 단가는 주당 26만9500원으로 총 거래금액은 1조9373억7971만원이다. 거래 단가는 보고서 제출 전 영업일인 지난 8일 삼성전자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현재 9755만1953주에서 1억474만746주로 늘어난다. 지분율도 1.47%에서 1.58%로 0.11%포인트 상승한다. 반면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 약 1.1%에서 0.9%대로 낮아진다. 이 회장이 취득하는 물량은 삼성전자 전체 발행주식의 약 0.11%에 해당한다.
공시상 거래 목적은 ‘특수관계자로부터 주식 양수’다. 삼성 측은 대주주 개인 간 거래인 만큼 구체적인 거래 배경이나 이 회장의 매수 자금 조달 방식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대주주 개인 간 거래여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홍 명예관장이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받은 금융기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세를 새로 납부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일가는 지난 5월 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세를 이미 모두 납부했다.
이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하면서 상속이 개시됐고 이듬해 4월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국세청에 상속세를 신고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관계사 지분과 부동산 등을 고려한 전체 상속세는 12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첫 납부를 시작으로 5년간 총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냈으며 지난 5월 마지막 납부를 마쳤다.
삼성 일가는 이 과정에서 보유 주식 매각과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왔다. 홍 명예관장 역시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금융권 대출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1조9000억원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상속세 완납 이후 남아 있는 관련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거래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도 1.58%까지 높아진다. 다만 모친과 아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가족 간 지분 이동인 만큼 삼성 일가 전체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에도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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