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에도 '11월 금리인상' 전망…긴축 고삐 못 푸는 한은

입력시간 | 2026.11.03 15:10 | 이정윤 기자 | jyoon@edaily.co.kr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한국은행의 11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당장의 물가 오름세가 다소 진정됐더라도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는 데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이 향후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성장의 온기가 소비로 충분히 확산되지 않고 있어 추가 긴축의 필요성과 속도를 둘러싼 신중론도 나온다.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물가 두 달째 둔화에도…한은은 여전히 ‘경계’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집계됐다. 지난 8월 3.1%에서 9월 2.9%, 10월 2.8%로 두 달 연속 둔화했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데는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출하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5% 하락했고, 특히 채소류는 11.2% 떨어졌다. 반면 석유류 가격은 14.9% 올랐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도 각각 2.9%로 확대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8월 3.4%에서 9월 2.8%로 낮아진 뒤 10월에도 2.8%를 유지했다. 전체 물가가 두 달 연속 둔화한 것과 달리 근원물가는 지난달 하락세를 멈춘 셈이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9월 2.5%에서 10월 2.6%로 소폭 높아졌다.

정부 역시 물가 상승 위험에 대한 경계를 유지했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주요국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면서도 “누적된 물가 상승의 여파로 국민께서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10월 물가 상승률을 약 0.8%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근원물가의 높은 오름세에 주목했다. 한은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11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 부담의 가격 전가, 수요 측 압력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11월 금리인상 전망 유지…내년 물가 경로엔 이견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한은이 곧바로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보다 앞으로 물가가 안정될 수 있을지가 금리 결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좀처럼 꺾이지 않는 근원물가 상승세가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8월 전망치인 각각 2.7%, 2.5%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인 2.3%, 2.5%를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3분기 경제성장률도 전기 대비 1.0%로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향후 수요 측 물가 압력에 대한 경계가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10월 물가 둔화만으로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근원물가도 기존 전망인 2.5%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면, 한은으로서는 물가가 2% 목표로 돌아가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11월과 내년 1분기 각각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최지욱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상무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2.7%로 둔화하더라도 근원물가는 2.8~2.9%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물가 전망치를 0.1~0.2%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11월 기준금리를 연 3.25%로 인상한 뒤 상당 기간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내년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강세와 소비 부진으로 내년 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11월과 내년 2월 금리 인상 전망은 유지했지만, 소비 부진과 주택시장 둔화로 물가와 금융안정 우려가 완화되면서 실제 인상 횟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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