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몸과 말의 높이를 모두 낮췄다. 100분 가까이 스탠딩 테이블 앞에 서서 기자들과의 거리를 기존 2.5m에서 1.5m로 좁혔다. 발언에서도 “언제나 국민이 옳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최근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존중하겠다”고 했다. 다만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 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기존 노선을 고수했다.
◇ “부족함”·“세심하지 못해”…반성의 언어 쓴 李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국정 운영을 둘러싼 국민의 실망에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방 선거 이후로, 일면 저로서는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많은 시간 숙고하고 성찰한 결과는 ‘언제나 국민이 옳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면서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선명한 주장이나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통한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민생, 개혁, 통합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아픔과 갈등에 대해서 충분하게 공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비슷한 톤이 유지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제가 부족한 게 많다”면서 “일에 집중하고 또 결과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한 게 매우 큰 문제인 것을 이제 많이 아프게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존중하고, 그러나 당초에 하고자 했던 일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힘들여서 계속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몸 낮춘 형식에도…개혁 선명성은 유지

발언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자세를 낮추는 장치가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100분 가까이 진행된 시간 동안 스탠딩 테이블 앞에 선 채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대통령과 기자단 사이 거리도 기존 2.5m에서 1.5m까지 좁혀졌다. 대통령이 서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국민의 뜻을 더 겸허하게 경청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기자단과의 거리를 좁힌 것도 같은 의미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몸을 낮췄지만 정책 노선까지는 낮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검찰개혁을 사실상 안 하려고 한다, 개혁을 후퇴시킨다와 같은 의심은 거둬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며 “어렵지만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 정부는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농지 조사 등을 둘러싼 반발과 관련해서도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조직적인 대응이 강하다며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은 조직된 콘크리트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고난을 준 이유가 그 일을 해내게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제가 소명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라며 개혁 과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저는 결국 종국에 가서, 아, 이렇게 이렇게. 많은 것들이 바뀌었구나, 내 삶도 더 나아졌구나, 라고 느끼게 되면 체감하게 되면 평가도 많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우리는 친문·친노·친DJ”…여권 내부 단합 당부여권 내부를 향해서는 단합 메시지도 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가슴 아픈 현실이 만들어진 데 수많은 원인과 동인들이 있겠지만, 제1 민주당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언급하며 여권 내부의 상호 비난 중단을 요청했다.
이날 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거듭 몸을 낮춘 배경에는 최근 악화한 민심도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56%로 취임 후 최고치였다. 이 대통령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결국은 그 모든 것들을 다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었다’라는 생각하게 됐다”며 “배려도 부족하고 섬세함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하고”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9.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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