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겠다고 이 잡듯 골랐구나”…2.6만가구 들어설 덕소·광주 가보니[르포]

입력시간 | 2026.08.14 11:13 | 이다원 기자 | dani@edaily.co.kr

[남양주=이다원 기자, 광주(경기)=정윤지 기자]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가 들어오면 병원이든 뭐든 더 들어오지 않겠어요.”

13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고려대 덕소농장 부지. 개발 예정지 너머로 도심역 인근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이다원 기자)

13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고려대 덕소농장 부지. 개발 예정지 너머로 도심역 인근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이다원 기자)

정부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14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경의중앙선 도심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만가구가 넘는 신규 주택 공급을 반겼다. 그는 “잠실도 가깝고 미사, 다산, 구리도 다 가까운데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같은 큰 인프라는 하나도 없다”며 “사람이 늘고 동네가 북적이면 아무래도 인프라도 더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에 따라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 228만㎡에는 2만 1700가구 규모의 ‘남양주도심’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선다. 경기 광주시 장지동 일원 경기광주역세권2 4500가구까지 합치면 이날 공개된 신규택지 2만 7200가구 가운데 96%(2만 6200가구)가 경기 두 지역에 집중된다.

13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고려대 덕소농장 부지. 농장 내 연구용 시험부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다원 기자)

13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고려대 덕소농장 부지. 농장 내 연구용 시험부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다원 기자)

대규모 주택 공급을 반기면서도 지금의 교통 여건으로 늘어날 인구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나왔다. 덕소에서 평생 살았다는 70대 A씨는 “이 동네 언제 개발되나 했는데 이제야 하네”라면서도 “다른 건 몰라도 길은 더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면 강변북로에서 들어오는 길이나 구도심 길은 정말 말도 못 한다”며 “2만가구 넘게 들어오면 젊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출퇴근은 어떡하나 싶다”고 했다.

현장에서 본 도로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남양주 신규택지에 포함된 고려대 덕소농장은 도심역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져 있다.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가다 언덕배기로 접어들자 약 36만㎡ 규모의 농장 부지가 넓게 펼쳐졌다. 가축을 키웠던 축사들은 텅 빈 채 남아 있었고 곳곳에는 연구 중이라는 팻말만 세워져 있었다. 한적한 농장 너머로는 도심역 인근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농장을 빠져나와 도심역 쪽으로 향하면 좁은 도로와 일방통행 구간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덕소삼패IC에서 이어지는 길에는 승용차 사이로 대형 트럭이 오갔다.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도심역이 있지만 현지에서는 열차 운행 간격에 대한 불편도 나왔다. 덕소역 인근 한 중개업소에서는 “도심역 쪽은 길도 좁고 복잡한 만큼 교통대책이 나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고 매물이 줄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덕소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덕소가 몇 년간 떨어지다가 지금 회복 중인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있어도 물건들이 다 들어갔다”며 “미니 신도시급 단지가 들어오면 덕소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제 빛 좀 보면 좋겠다”고 했다.

발표 직후에는 토지 소유자들의 문의도 이어졌다. 그는 “덕소에 땅 가진 분들이 전화해서 ‘앞으로 오를 것 같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개발 기대감 속 “도로·생활시설도 함께 늘려야”

같은 날 4500가구 규모 신규택지로 발표된 경기 광주시 장지동에서도 주민들의 관심은 개발 이후 달라질 생활환경에 쏠렸다.

13일 경기 광주시의 주택 개발 예정지 일대. 고가도로 주변으로 농경지와 기존 주거지가 펼쳐져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13일 경기 광주시의 주택 개발 예정지 일대. 고가도로 주변으로 농경지와 기존 주거지가 펼쳐져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판교역에서 경강선을 타고 네 정거장, 약 14분 만에 경기광주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가면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된 넓은 공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조성을 위해 마련한 부지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는 주차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정부가 4500가구를 공급할 장지동까지는 역에서 걸어서 약 20분이 걸렸다. 역동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작은 학원과 카페 등 상가가 형성돼 있었지만 단지를 지나자 풍경이 금세 바뀌었다. 건물 대신 작물이 무성하게 자란 평지가 이어졌고 그 위로 성남~장호원 고속화도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판교까지 전철로 10분대에 닿는 입지와 달리 경기광주역 주변을 벗어나면 대형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 역시 정부 발표 이전부터 외지 수요가 찾아오고 있었다. 경기광주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장지동이나 광주역 주변으로 판교·분당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는데 투자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공터가 많아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장 정부 대책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 소식을 듣고는 “정부가 공급이 안 된다고 하니까 ‘이 잡듯이 여길 골라냈구나’ 싶었다”고 했다.

13일 경기 광주시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지도를 가리키며 개발 예정지 일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13일 경기 광주시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지도를 가리키며 개발 예정지 일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실제 이날 경기광주역 인근에서는 서울에서 집을 보러 온 투자자도 만났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광주가 그나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안 묶여 있어서 보러 왔는데 여기가 이번에 지정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이제 거래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신규택지 발표와 함께 장지동·양벌동·역동 일원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주민들의 관심은 개발 이후 달라질 생활환경에도 쏠렸다. 역동 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은 “생활시설이 부족한 게 항상 아쉬웠다”며 “사람들이 많아지면 병원이나 대형 쇼핑몰도 생겨 살기가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분당으로 출퇴근하며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손모씨는 “1년 반 뒤 재계약할 때 집주인이 주변 아파트 가격을 따라 전셋값을 너무 올릴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정부도 두 지역에 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통·생활 인프라를 함께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남양주도심에는 고려대 덕소농장과 연계한 농생명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광역교통대책을 마련한다. 경기광주역세권2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잇는 입지를 활용해 청년 특화 주거단지로 개발한다. 두 지역 모두 2027년 하반기 지구 지정을 거쳐 2029년 하반기까지 보상을 마치고 2030년 상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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