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죠. 그러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부는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동산 투기공화국, 부동산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을 정부의 중심 과제로 규정하면서 공급과 규제, 세제를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수도권 집중을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공공기관 이전 등 국토균형발전까지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당장의 시장 불안을 잠재울 구체적인 추가 카드다. 공급 확대는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수도권 일극체제 해소는 더 긴 호흡의 과제라는 점이다.
실제 당장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에서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서도 신청가격은 상승했다. 최근에는 강남권이 조정되는 반면 강북과 한강벨트의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이 대통령은 이를 가격이 ‘평탄화’되는 과정이라고 진단지만 고가 지역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다른 지역의 상승세로 서울 전체 가격이 오른다면 지역 간 격차 축소를 곧바로 시장 안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내리고 강북 오르고…李 “평탄화 과정”이 대통령은 우선 집값 상승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사람들이 전부 서울, 경기, 인천으로 몰려온다”며 “모든 경제력, 모든 기반시설, 모든 정주 여건이 다 서울로, 경기도로, 인천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방에서는 일자리와 교육·문화 여건 등이 부족해 수도권으로 사람이 이동하고, 결국 수도권 주택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에 대한 기대와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시중 유동성 등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봤다. 단기적으로는 2022년 이후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공급 부족도 최근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시장에 대해서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과정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강남을 비롯한 일부 고가 지역 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외곽 지역 가격은 오르면서 일종의 ‘평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장 지표에서도 이 같은 지역별 온도차가 나타난다. 강남권 일부 지역의 가격이 조정을 받는 반면 강북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서울 전체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가격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은 3012건으로 전월 4618건보다 34.8% 감소했다. 올해 신청이 가장 많았던 4월 8896건과 비교하면 66.1%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도 가장 적었다.
모든 권역에서 신청 건수가 줄었다. 특히 한강벨트 7개구의 신청 건수는 7월 1023건에서 8월 628건으로 38.6% 감소했고 강남3구·용산구도 34.6%, 강북권 10개구도 31.4% 줄었다.
반면 가격 흐름은 달랐다. 8월 서울 전체 토지거래허가 신청가격은 전월보다 0.17% 상승했다. 강남3구·용산구는 0.34% 떨어졌지만 강북권은 0.61%, 한강벨트는 0.52% 올랐다.
토허 신청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서울 전체 신청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은 셈이다. 강남권 가격이 조정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강북과 한강벨트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매주 직접 챙기는 李…실제 물량까지는 시차이 대통령은 이런 시장 상황에 대응해 공급 확대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건축 허가를 포함한 택지 개발 또는 재건축, 재개발, 도시정비 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히 늘려가겠다”며 “총리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있고 제가 일주일마다 보고받으며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해 진척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은 확대하되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하는 대출은 계속 억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든 점을 보고 규제, 공급, 세제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급 확대는 향후 수급 불안과 시장의 기대심리를 완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다만 인허가 확대가 착공과 준공을 거쳐 실제 입주 물량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재건축·재개발이나 신규 택지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보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제시한 수도권 집중 완화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해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 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경제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수도권 주택 수요 자체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관건은 공급 확대와 균형발전의 효과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서울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키느냐다. 이 대통령은 공급·대출·규제·세제를 모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기존 정책 방향을 넘어서는 새로운 규제나 세제·금융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거듭 나타냈지만 당장의 시장 불안을 겨냥한 추가 카드는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이 대통령 역시 추가적인 해법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새로운 정책수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해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도 필요할 테고”라며 “부동산 커뮤니티 이런 데도 있던데 그분들하고도 한번 얘기해 보든지, 현장도 지금 총리가 자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법들은 다양하게 연구해 보겠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참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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