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성과급 70조원…내년 소비 0.15%p 끌어올린다

입력시간 | 2026.10.22 15:00 | 이정윤 기자 | jyoon@edaily.co.kr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주요 기업의 특별성과급이 올해의 6배인 최대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과급 지급 확대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최대 0.15%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정부의 가계 지원, 원화 강세에 따른 구매력 개선까지 맞물리면서 내년에는 소비 회복세가 한층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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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최대 70조원…100만원 늘면 소비 11만원 증가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요 업종의 특별성과급 규모는 60조~70조원으로 추정됐다. 올해(10조 9000억원)의 약 6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에 지급할 성과급만 약 60조원으로, 대부분이 반도체 업종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과급이 늘면 가계 소비도 증가할 전망이다. 한은의 분석 결과, 성과급처럼 일시적으로 소득이 100만원 늘어나면 이 가운데 약 11만 3000원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성과급 확대가 민간소비 증가율을 0.10~0.15%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정됐다.

신동주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성과급이 주로 내년 초 지급되는 만큼 소비 진작 효과도 상반기에 집중될 것”이라며 “특히 늘어난 소득은 음식·숙박, 교통·운송, 오락·문화 등 그동안 회복세가 약했던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혜 가구가 한정돼 있어 영향의 확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기업들의 배당 확대도 소비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1월 약 30조원의 특별배당에 이어 내년 1분기 이후 40조~60조원의 추가 배당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내년 10조~30조원 규모의 배당이 전망된다.

한은은 이 가운데 국내 가계에 돌아가는 배당소득이 약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배당소득이 100만원 늘면 소비는 약 2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배당 확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약 0.05%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과급과 배당은 대기업 종사자와 주식 보유 규모가 큰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만큼, 소비 회복이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지원에 소비 최대 0.25%p↑…환율 하락도 구매력 개선

정부의 가계 지원 확대는 성과급보다 소비를 더 크게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호조로 세금 수입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재정 여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 법인세가 전체 법인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2%에서 올해 상반기 22.7%로 크게 높아졌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연금, 아동·양육 지원, 기초생활보장 등 가계에 직접 지급되는 돈도 올해보다 약 20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 같은 정부 지원 확대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0.20~0.25%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성과급이나 배당 확대보다 소비 진작 효과가 큰 셈이다.

특히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 지원으로 늘어나는 소득은 하위 20% 가구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의 3.7%에 달하지만, 상위 20%는 0.6%에 그쳤다. 소득이 적을수록 추가로 받은 돈을 소비에 쓰는 비중이 높아 소비 확대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신 과장은 “성장 제고뿐만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 보면 중저소득층 소비 여력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소득 여건 개선, 안전망 차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도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입품과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 0.35%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구매력 개선 효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0.46%로, 상위 20%(0.20%)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물가 하락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과급과 배당은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리고, 정부 지원과 환율 하락은 중·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높이면서 내년에는 가계 전반으로 회복세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연구진은 “민간소비 회복세는 아직 품목·계층 전반으로의 확산이 제한적이나, 내년으로 갈수록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이 파급되며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계부채와 건설경기 부진, 증시 조정은 변수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196.1%에 달했고, 건설업 취업자 수도 10분기 연속 감소했다. 연구진은 “높은 부채 부담과 건설경기 침체, 추가적인 주가 조정 가능성이 소비 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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