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답변 용납 못 해”…방중 앞두고 협상 난항

입력시간 | 2026.05.11 18:19 | 김겨레 기자 | re9709@edaily.co.kr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란이 10일(현지시간) 농축 우라늄 전부 반출과 핵 시설 해체 등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을 사실상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이달 14일 방중 전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을 상대로 미국이 진행 중인 이란 자금줄 압박에 협조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란전쟁을 둘러싼 양 정상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앞으로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주요 핵시설을 해체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내용을 전달했다. 일부 농축 우라늄을 희석한 뒤 이란 내에 저장하고 나머지를 미국이 아닌 제 3국으로 반출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후 핵 협상이 파기되면 이를 돌려받는다는 보장도 요구했다. 이란은 또한 미국이 이란 선박과 항만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면 상업용 상선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이후 30일간 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해외 자금 동결 해제, 협상 기간 내 이란 원유 판매 허용, 전쟁 배상금 지급 등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47년 동안 미국과 세계를 가지고 놀며 시간을 끌었다”며 “그들은 미루고 또 미루고 미룬다”고 비판했다. 이란과의 휴전과 협상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관세 인하를 빌미로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받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발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조를 구하는 등 이번 방중을 계기로 대중국 정책 기조를 ‘견제’와 ‘압박’에서 ‘협력을 통한 이익 극대화’ 쪽으로 옮긴다는 시그널을 준다면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의 틈새를 중국이 파고드는 상황에서 그만큼 중국의 입김은 더욱 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원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을 ‘미국의 실패한 정권 교체 전쟁’으로 규정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제이콥 스토크스 신미국안보센터 인도·태평양 부문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차를 극복하면서 이란 전쟁과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서로 다른 사안에 대한 보고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며 “두 번의 대통령 임기 가운데 어느 때보다 복잡한 외교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중동 부문 선임 분석가도 “근 10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현 상황은 절대 이상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만 아니었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협상력을 상당 부분 잃은 채 시 주석에게 유리한 협상 구도를 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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