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밀폐용기로 유명한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이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배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을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락앤락의 경영권을 보유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자금 회수(엑시트)에 주력하면서 기업의 장기 성장성과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생활용품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은 지난 6월 서울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 공고를 게재한 이후, 희망퇴직 신청 절차를 거친 직원들이 지난 8월부터 이달에 걸쳐 회사를 떠나고 있다. 구체적인 희망퇴직 신청 규모는 회사 측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위로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주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락앤락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2년 전에는 서울 본사 재직자 중 입사 4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나, 올해는 전 직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락앤락이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년 전 희망퇴직 때와 달리 최근 실적이 개선돼 경영 환경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결 기준 지난해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181억원을 기록해 전년(17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밀폐용기 제품의 해외 수출 역량 강화와 판매관리비 효율화를 거쳐 수익성을 개선했다. 이는 2년 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에 앞서 2023년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락앤락의 경영권을 보유한 어피니티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소속 직원의 고용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자금 회수에 매몰되면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7년 창업주였던 김준일 전 락앤락 회장 일가 지분 63.56%를 629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랐다. 2024년에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와 주식 포괄적 교환을 바탕으로 100% 지분을 확보했다. 락앤락은 상장폐지를 완료한 뒤 지난해부터 대규모 배당에 나서며 투자자금 회수에 본격 나서고 있다. 락앤락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 스트렝스 리미티드’(Consumer Strength Limited)와 ‘컨슈머 어드밴티지 리미티드’(Consumer Advantage Limited)에 지난해 각각 1255억원, 547억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하며 총 1802억원을 회수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116억원)의 15배가 넘는 규모로 배당성향 1500% 수준의 파격적인 배당이다. 대규모 배당으로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은 기존 5170억원에서 3487억원(2025년 기준)으로 32.6% 줄었다.
유상감자도 단행했다. 지난해 846억원 규모의 1879만9998주를 유상감자하면서 소각 대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유상감자는 주식을 소각하는 대신 주식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 등의 대가를 주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엑시트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중간배당과 유상감자를 종합하면 작년에만 총 2648억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회수한 셈이다.
어피니티는 앞으로도 단기 수익성 개선을 발판 삼아 엑시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락앤락은 지난 3월 크린토피아 출신 김상영 대표를 선임하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크린토피아 역시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를 거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인 기업으로, 김 대표는 크린토피아에 몸담았던 당시 ‘기업 간 거래’(B2B) 및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 체질 개선과 조직 효율화를 추진해왔다”며 “이번 희망퇴직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사업 전반의 운영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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