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이 버는 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원화 강세가 겹치면서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처음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14년 3만달러에 진입한 뒤 12년 만이다.
다만 소득 증가가 반도체 등 기업 부문에 집중돼 ‘4만달러 시대’가 열리더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살림살이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명목 국민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4% 늘어 1979년 3분기(27.7%) 이후 4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목 GDP가 급증한 것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생산물 가격과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명목 GDP는 물가 변동을 제거한 실질 GDP와 달리 재화·서비스 가격 변화까지 반영한다. 2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를 나타냈다.
기업의 이익을 보여주는 총영업잉여는 전 분기보다 18.5% 증가해 2010년 관련 통계 공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교역조건 개선도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 국민 전체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는 전 분기 대비 3.1% 증가하며 실질 GDP 성장률(0.6%)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좋아지면서 실질 무역손익이 약 20조원 증가한 영향이다. 명목 GNI 역시 전 분기 대비 8.8%,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원화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1인당 GNI의 4만달러 돌파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1인당 GNI는 원화로 계산한 국민소득을 연평균 환율로 달러화로 환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내려갈수록 달러 기준 소득은 높아진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뒤 저성장과 코로나19, 원화 약세 등에 막혀 지난해까지 3만달러대에 머물렀다.
다만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도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4만달러 돌파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반도체 중심의 성장 혜택이 가계로 이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히려 ‘반도체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반도체를 제외한 석유화학·철강·조선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내수 침체로 일자리도 줄고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충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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