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인당 국민소득(GNI) 4만달러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성장의 과실은 기업에만 쏠리고 국내 소비와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의 영업잉여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임금 등 피용자보수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부분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고, 국내 투자로 연결된 비중은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 기업 곳간은 두둑 vs 가계소득 찔끔 증가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부가가치 항목 중 총영업잉여는 전기 대비 18.5%, 전년 동기 대비 48.2% 급증했다.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전기 대비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사상 최고치다.
반면 가계의 실제 지갑 사정이라 할 수 있는 피용자보수(임금 및 급여 등)는 전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 호조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발생한 과실이 근로자들의 소득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기업의 금고(총영업잉여)로 쏠린 셈이다.
명목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9.2%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26.4% 급증하면서 과거 1970~80년대 고속 성장기에 버금가는 고공행진을 보였지만 가계나 자영업 등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차가운 것은 이 같은 분배구조 양극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 가계는 번만큼 안 쓰고 국내 투자는 부진민간 소비 증가세가 소득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과 국내 투자 지연 현상도 수치로 나타났다.
올해 4~6월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8.9%)에 비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1.6%)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총저축률은 가계뿐만 아니라 가계·기업·정부를 포괄하는 국민경제 전체의 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남은 부분의 비율을 나타낸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국내에 충분히 퍼지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올해 2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전기 대비 1.1%포인트 하락하며, 1975년 3분기(22.0%) 이후 약 5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국외투자율은 21.4%로 전기 대비 5.1%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설명회에서 설비투자 등 국내 투자 자체는 늘었지만 총처분가능소득이 그보다 더 크게 늘면서 투자 비율이 낮아졌고, 국내 투자 외에 나머지 부분이 국외투자 형태로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다만 이 같은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기업 실적이 먼저 개선된 뒤 성과급과 배당, 세금 등의 경로를 거쳐 가계와 정부로 소득이 이전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며 이는 먼저 총 영업이익 증가로 나타나고 정부 소득,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분기 가계순저축률이 9.7%로 전분기보다 0.9%포인트 상승한 점도 향후 내수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가계가 당장 소비하지 않고 쌓아둔 소득이 소비로 전환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이데일리 & 이데일리TV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