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전분·전분당 제조사 4곳이 7년 5개월간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에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밀가루 담합 과징금 6710억원을 넘어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4개 전분·전분당 제조·판매사업자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간 전분·전분당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475억 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업체별로 대상에는 2341억 4100만원, 사조CPK에는 2001억 3200만원, 삼양사에는 2103억 4000만원, CJ제일제당에는 1029억 65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전분당은 제과·제빵·제면, 음료, 빙과,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원재료로 쓰인다. 전분당 가격이 오르면 식품 가격과 산업 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공정위는 국내 B2B 전분 시장에서 이들 4개사의 점유율이 95.7%, 전분당 시장 점유율이 86.4%에 달한다고 봤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국제 옥수수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거래처에 빠르게 전가하기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했고, 옥수수 가격이 내릴 때는 가격 인하 폭을 줄이고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분·전분당은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이 제조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
담합은 모두 13차례 이뤄졌다. 이들은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뿐 아니라 거래처에 제시할 가격 변경 사유, 공문 발송 시기, 업체별 공문 발송 순서까지 구체적으로 맞췄다. 각 사가 거래처에 목표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순차적으로 통보해 거래처가 목표가격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유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행 점검도 치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각자 거래처에 공문을 보내기로 한 날짜에 상대 회사를 방문해 공문 내용이 합의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 발송 여부를 점검했다. 거래처별 협상 과정에서는 가장 거래 비중이 큰 업체가 협상을 주도하고, 다른 업체들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목표가격 형성을 도왔다.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된 관련매출액은 6조 525억원이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을 ‘매우 중대한 행위’로 보고 1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다만 공정위는 조사와 심의에 협조한 점을 고려해 4개사 모두에 20% 감경을 적용했다. 반면 대상은 과거 법 위반 전력이 있어 반복 위반에 따른 10% 가중이 적용됐다. 남동일 부위원장은 “감경은 조사와 심의 협조 감경 20%를 각 4개사에 적용했고, 대상 1개사는 법 위반 반복이 있어 10% 가중했다”며 “나머지 추가적인 가중·감경 사유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전분당 판매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2022년 11월에는 담합이 시작된 2018년 5월과 비교해 판매가격이 최대 73% 인상됐다.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 인하 폭보다 판매가격 인하 폭을 작게 가져가면서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됐고, 그 부담은 거래처와 대리점,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가격변동 내역 보고명령도 부과했다. 전분당 제품 가격을 담합 전 경쟁이 이뤄졌던 수준으로 각 사가 독자적으로 다시 정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밀가루 담합(2006년 4월, 2026년 5월) 인쇄용지 담합(2026년 4월) 등에 이어 네 번째다.
남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장기간 국내 전분당 시장에서 지속된 가격담합을 제재한 사건”이라며 “최근 조치한 제당사, 제분사, 제지사 담합 사건에 이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식료품 가격 안정과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인상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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