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셀 코로나 신약’에 몰린 수상한 자금들…뒤엔 선수들 ‘우글’

입력시간 | 2026.09.15 14:23 | 김새미 기자 | bird@edaily.co.kr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제넨셀은 비상장사였지만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테마’를 타고 상당한 자금을 끌어들였던 바이오기업이다. 특히 제넨셀과 연결된 코스닥 상장사 골드퍼시픽(현 케이바이오랩스(038530))과 세종메디칼(258830)의 경영권·전환사채(CB)·구주 거래를 추적하면 특정 인수합병(M&A)·메자닌 투자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 중 일부는 시장에서 이른바 ‘선수’로 불려온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1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제넨셀 창업자인 강세찬 전 경희대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천연물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사업을 둘러싸고 골드퍼시픽과 세종메디칼의 자금·인적 네트워크가 여러 차례 겹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들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이나 ‘APRG64’의 기술적 가치보단 당시 증시를 달궜던 ‘코로나19 치료제 테마’에 편승하려던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강세찬표 코로나 치료제' 골드퍼시픽→세종메디칼 잇는 투자자들

가장 선명한 연결고리는 이재철 타임인베스트먼트 대표다. 타임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9월 골드퍼시픽의 전환사채(CB)를 취득한 뒤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지분 6.46%를 확보했다. 당시 타임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이자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이 대표로,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회사였다.

타임인베스트먼트는 약 10개월 뒤인 2021년 7월 타임인베스트먼트는 세종메디칼 경영권 인수에 나섰고, 같은해 8월 신주 취득을 통해 지분 16.6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골드퍼시픽에 투자했던 자금 주체가 이듬해 제넨셀의 최대주주가 되는 세종메디칼의 경영권까지 가져간 셈이다.

이 대표는 세종메디칼 경영권 인수 직후인 2021년 9월 3일 각자대표에 취임했다. 이후 세종메디칼은 같은달 CB 2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억원 등 총 300억원 규모의 메자닌 발행에 나섰다. 이어 10월 19일 강세찬 전 경희대 교수가 보유한 제넨셀 구주 66만주를 약 63억원에 사들이고 제넨셀 CB 50억원을 추가 인수해 총 113억원을 투입, 제넨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주일 뒤인 같은달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의 국내 임상 2·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이 대표의 세종메디칼 지배 기간은 길지 않았다. 타임인베스트먼트는 이후 세종메디칼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했고, 2022년 7월 이 대표가 보유한 세종메디칼컴퍼니 지분 일부를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넘기는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해 9월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세종메디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도 카나리아바이오 측으로 넘어갔다. 이 대표 측이 세종메디칼 경영권을 인수한 지 약 1년 만이다.

유철우 밸런서즈 대표도 두 회사를 잇는 인물이다. 골드퍼시픽 공시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최대주주였던 밸런서즈의 지분 100%를 유 앤디 씨(YOO ANDY C)가 보유했고, 그는 골드퍼시픽 사내이사와 호주 자회사 대표도 맡았다. 별도의 2022년 상장사 공시에는 YOO ANDY C의 한국명이 ‘유철우’라고 명시돼 있다. 즉 유 대표는 과거 골드퍼시픽의 지배주주 측 핵심 인물이었다.

2022년 한 바이오기업의 공시에는 YOO ANDY C의 한국명이 ‘유철우’라고 명시돼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한 바이오기업의 공시에는 YOO ANDY C의 한국명이 ‘유철우’라고 명시돼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유 대표는 2021년 세종메디칼 구주 인수 과정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세종메디칼 구주를 인수한 MOB컨소시엄 조합원 명단에는 ‘ANDY YOO’가, 또 다른 인수 주체인 뉴하라19호 투자조합에는 ‘유철우’가 각각 기재돼 있다. 두 사람은 생년월일이 1979년 2월 19일로 같고 국적과 주소도 일치한다. 여기에 다른 상장사 공시가 YOO ANDY C의 한국명을 유철우라고 밝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인으로 볼 상당한 근거가 있다.



◇조합 이름은 달라도 투자자는 같아…수상한 교집합

세종메디칼 경영권 인수 과정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포착된다. 세종메디칼의 기존 최대주주 정현국 외 4인은 경영권은 타임인베스트먼트에 넘기고,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은 MOB컨소시엄·마사 신기술조합 제44호·BMC컨소시엄·뉴하라19호 등 4개 투자조합에 나눠 팔았다.

표면적으로는 타임인베스트먼트와 4개 투자조합은 서로 다른 투자자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각 투자조합에 돈을 댄 사람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종메디칼이 한 달 뒤 전환사채(CB)를 발행했을 때 이를 인수한 에이치바이오조합1에 타임인베스트먼트뿐 아니라 앞서 MOB와 마사44호에 연결된 핵심 투자자들이 다시 한꺼번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사44호의 최대 출자자는 에스미르인데 에스미르는 목현수 대표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MOB의 최대 출자자인 나이티지도 안동진이 대표이사이자 100% 주주였다. 목 대표와 안 대표가 모두 에이치바이오조합1 조합원으로 다시 등장한다. 즉 세종메디칼 구주를 각각 다른 조합을 통해 샀던 투자자들이 한 달 뒤에는 같은 조합에서 세종메디칼 CB를 함께 산 것이다.

BMC컨소시엄에서도 골드퍼시픽 인맥이 다시 확인된다. 조합원 명단에는 과거 골드퍼시픽 CB 투자로 지분 7.1%를 확보했던 바이런, 골드퍼시픽 사내이사를 지낸 신희정, ‘코스닥 M&A 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진 남궁견 회장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골드퍼시픽 투자자와 전직 경영진이 이듬해 세종메디칼 구주를 인수하는 같은 투자조합에서 다시 만난 셈이다.

특히 바이런이 BMC 내 출자분 일부를 줄인 시기에 남궁 회장의 배정 물량은 늘었다. 단순히 두 주체가 같은 조합에 참여한 데 그치지 않고 바이런이 줄인 물량 중 일부를 남궁 회장이 추가로 가져가는 형태가 공시에서 확인되는 셈이다.

남궁 회장과 골드퍼시픽의 연결은 이후 더 직접적으로 바뀐다. BMC가 세종메디칼 투자를 정리한 뒤인 2021년 12월 남궁견이 지배하는 미래아이앤지와 판타지오는 골드퍼시픽 최대주주인 케이앤티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의 지분을 각각 49.43%, 43.49% 확보했다. 두 회사의 합산 지분은 92.92%에 달했다. 단 해당 거래는 남궁 회장의 BMC 투자 이후 이뤄졌다. 따라서 세종메디칼 투자 당시부터 남궁 회장이 골드퍼시픽을 지배한 것은 아니다.



◇26일 IND 승인→27~28일 대량 매도…공교로운 '엑시트' 타이밍

이들 투자조합의 엑시트 시점도 공교롭다. 식약처가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3상을 승인한 2021년 10월26일 뉴하라19호는 보유 세종메디칼 주식 일부를 조합원들에게 현물분배하기 시작했고, 이튿날 나머지 물량도 전부 분배해 조합재산을 정리했다. MOB와 마사44호, BMC는 27~28일 보유주식을 장내에서 대거 처분했다.

IND 승인 직후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만으로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사전 공모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승인 직전 강 전 교수 주변에서 세종메디칼 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승인 후 ‘털 시점’을 논의한 정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기존 FI들 역시 승인 직후 일제히 물량을 정리했다는 점은 의아한 지점이다.

또한 현재 공개돼 있는 공시만으로 이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골드퍼시픽에서 등장했던 투자자와 경영진 일부가 세종메디칼 경영권·구주·CB 거래에서 다시 만나고, 서로 다른 FI의 핵심 출자자들이 또 다른 투자조합에서 교차한 사실은 공시를 통해 확인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이런 딜은 처음부터 여러 조합이 아무런 연관 없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방식보다는 핵심 투자자들이 먼저 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어느 정도 구조를 만든 뒤 주변 자금이 조합 형태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며 “공개된 조합원 명단에서조차 같은 인물들이 여러 거래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단순한 우연인지 확인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제넨셀은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승인 청탁 의혹’과 얽히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김 후보자가 2021년 지인의 부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임상시험 심사를 신속히 챙겨달라는 취지로 연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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