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보내고 중립 지켰는데…나무호 피격에 복잡해진 외교 셈법

입력시간 | 2026.05.11 15:57 | 김인경 기자 | 5tool@edaily.co.kr

[이데일리 김인경 김유성 기자]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HMM 나무호 화재·폭발 원인이 내부 결함이 아닌 ‘외부 공격’으로 파악되며 우리 정부의 외교 셈법에도 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노골적인 파병 요구에도 선을 긋고 이란에 외교부 장관 특사를 보내는 등 중립에 집중하던 정부였지만, 나무호를 타격한 것이 이란으로 확인된다면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우리 정부는 나무호 등 민간 선박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추가 조사를 통해 공격의 주체,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를 식별해나가고자 하며 그에 따른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외교부는 지난 4일 일어난 나무호의 화재 폭발 원인에 대해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다만 아직 발사주체나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바탕으로 추가 분석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공격주체에 대한 예단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드론 혹은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행체가 1분 간격으로 두 차례나 같은 곳을 타격했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무호를 목표물 삼아 정교한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지난 3월 태국 국적 벌크선 마유리 나리호가 이란 대함 미사일로 피격된 것과 유사한 모습”이라며 “미국의 프리덤 프로젝트 시작 후 이란의 카데르 지대함 미사일 발사가 공개됐는데, 공격패턴이나 내부 폭발 정황 등을 볼 때 이란 지대함 미사일에 피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동사태 이후에도 이란에 공을 들여왔다. 전쟁 가운데에도 약 2주간 정병하 외교장관 특사를 파견해 아바스 아락치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전쟁통에도 외국의 특사가 직접 이란을 찾은 사례는 한국이 유일했던 만큼, 이란에서도 사의를 표했다. 또 우리 정부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50만달러(7억 4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도 결정했고 나무호 화재 직전에도 양국간 외교장관 전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이란 측의 책임이 있다면, 고의든 아니든, 이란 정부와 별개인 혁명수비대 단독 행동이든 우리 정부도 기존보다는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원칙적인 대응에 대한 여론이나 야당의 공세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나무호 공격 주체 확인과 별개로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에 방점을 둔 미국 주도 연합체 ‘해양자유연합(MFC)’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추가 조사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확인된다면 미국 측의 군사작전 참여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선박 26척이 여전히 있고 이란 현지에도 40여 명의 우리 교민이 체류 중인 상황이라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규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예단을 하거나 미리 단정해서 조치하겠다고 말하긴 어렵고, 판단이 서는 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수위에 따라 대처하겠다. 대처는 상식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상황에 하는 대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11일 밝혔다. 다음은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의 파공이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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