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거래 실질 따라 다시 짜야”…내년 시행 전 재설계 요구(종합)

입력시간 | 2026.09.03 12:22 | 정윤영 기자 | young28@edaily.co.kr

[이데일리 정윤영 서민지 기자] 내년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는 가운데, 여당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을 양도·대여에 따른 기타소득으로 일괄 과세하는 현행 체계를 거래 유형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처분손익과 보상소득을 구분하고, 취득가액 산정과 해외 거래 정보 확보 등 과세 인프라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가상자산 과세체계의 소득 구분부터 신고·집행 방식까지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 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양도 또는 대여라는 두 가지 행위만으로 과세하는 현행 체계로는 현재 다양해진 가상자산 거래를 제대로 포섭하기 어렵다”며 “거래 유형별로 소득의 성격을 구분하는 ‘가상자산투자소득세’ 체계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이 제시한 방안은 거래 유형에 따라 소득의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매매·교환·지급에 따른 손익은 양도소득으로, 계속성과 반복성을 띠는 사업적 채굴은 사업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렌딩과 예치 보상은 경제적 실질이 이자와 유사한 만큼 이자소득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현행 소득세법상 이자소득 과세 대상에 가상자산 렌딩·예치가 명확히 열거돼 있지 않아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은 하나의 소득 유형으로 묶기보다 거래 구조를 세분화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직접 스테이킹인지 수탁형 스테이킹인지,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어떤 거래가 발생했는지를 따져 각각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이자·배당·사업·양도소득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어드롭은 무상성과 대가성 여부에 따라 증여 또는 소득으로 구분하고, 하드포크 자체는 과세 사건으로 보기 어렵지만 이후 새로운 토큰을 지급받았다면 별도의 소득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체계를 도입하려면 소득세법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매매·교환을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려면 가상자산을 양도소득 과세 대상 자산으로 명시하고, 렌딩·예치 보상을 이자소득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관련 거래를 이자소득 조항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구성권 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이 세율이나 시행 시기보다 거래별 소득의 성격을 정확히 포착하고 계산하는 데 있다고 봤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는 단순히 세율이나 시행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별로 어떤 소득이 발생했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분에 따른 이익과 채굴·스테이킹 등 보상 성격의 소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소득을 취득 시점에 과세할 경우 이후 처분 과정에서 이중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시점의 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하고, 손실의 이월공제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현행 기타소득 분류가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대한 충분한 검토보다는 당시 회계기준과 기존 세법 체계에 맞춰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전통적인 무형자산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과세체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감독·회계 지침에서 활용되는 경제적 통제 여부와 활성시장 기준 등을 세법에 구체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재무·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취득가액 산정에서 계산 방식보다 정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에서 취득가액 문제는 계산 방식보다 취득가액 정보를 어떻게 계속 이어갈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며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개인지갑을 오가는 과정에서 취득 시점과 가격 등의 정보가 단절되지 않도록 거래소 간 취득가액 정보가 이전·축적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거래 역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취득가액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타소득 분류 자체가 2020년 당시 가상자산을 바라보던 정책적 시각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짚었다. 김 조사관은 “기타소득은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나 다른 소득 유형에 속하지 않는 소득에 과세하기 위한 소득 분류”라며 “2020년과 비교해 가상자산을 둘러싼 제도적·경제적 환경이 상당히 변화한 만큼 당시의 소득 분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자산이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양도소득에 적용되는 증여재산 이월과세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법 시행 전 조세회피 가능성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주관했다. 내년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여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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