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면세품 되팔이' 막힌다…다음달부터 '출국 때 환급'

입력시간 | 2026.10.22 11:24 | 방성훈 기자 | bang@edaily.co.kr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 면세 방식을 내달부터 ‘출국 때 환급’으로 바꾼다. 면세로 싸게 산 물건을 일본 안에서 되파는 ‘되팔이 업자’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절차가 번거로워져 백화점 면세 매출이 10%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할인점 돈키호테 매장 내 면세 카운터 안내판.(사진=AFP)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할인점 돈키호테 매장 내 면세 카운터 안내판.(사진=AFP)

2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달 외국인 관광객 대상 소비세 면세 제도를 ‘사후 환급(리펀드) 방식’으로 전환한다. 지금까지는 매장에서 세금을 뺀 가격에 팔았지만, 앞으로는 세금이 포함된 가격에 사고 출국할 때 세관 확인을 거쳐 세금만큼 돌려받는 방식이다.

관광객은 구매일로부터 90일 안에 공항이나 항구의 출국 로비 단말기에 여권을 제시하고 면세 확인을 받아야 한다. 검사가 필요 없다고 판정되면 절차가 끝나고, 필요할 경우 세관 직원이 물건을 직접 확인한다. 카드나 계좌로 돌려받으려면 구매 매장에서 미리 환급처를 지정해야 한다.

식품·의약품·화장품 등 소모성 상품에 적용하던 ‘같은 매장에서 하루 50만엔(약 420만원)’ 구매 상한은 없어진다. 가전이나 가방 같은 일반 상품을 포함해 면세 구매액 상한이 사라지는 것이다. 5000엔(약 4만2000원) 이상이어야 면세를 받을 수 있는 하한은 유지된다.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고이데 마코토 전국면세점협회 사무국장은 “관광객이 같은 매장에서 사고 싶은 만큼 살 수 있게 된다”며 반겼다.

소모성 상품을 특수 투명 봉투에 따로 포장할 필요가 없어져 매장 업무도 줄어든다. 무라타 요시로 다카시마야 백화점 사장은 “상한이 없어져 일부 고가품 소비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다른 백화점은 “고급 와인이나 위스키를 사는 관광객이 늘 것”이라면서도 “절차가 늘고 수수료도 들어 구매를 꺼리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이마루·마쓰자카야 백화점을 운영하는 J프론트리테일링의 오노 게이이치 사장도 “번거로운 절차가 쇼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관광객 마케팅 지원업체 노바르카는 되팔이 업자가 빠져나가면서 백화점 면세 매출이 10% 안팎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백화점 간부는 “아낀 소비세로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도시락이나 반찬을 사는 소비도 줄 것”이라고 했다.

해외 고객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고 명품시계 판매업체 ‘라신’의 다키구치 아키히로 회장은 회계연도 하반기(2026년 9월~2027년 2월) 면세 매출이 18%가량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전국 약 6만4000곳 면세점의 시스템 교체 수요가 생기면서 관련 업체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 SB페이먼트서비스 등은 지난 7월부터 매장 구매 정보와 세관 반출 확인 정보를 연결해 카드나 해외 전자지갑으로 세금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은 1952년 ‘구매 시 면세’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국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이 방식을 유지해 왔다. 약 70년 만에 손질에 나선 건 제도를 악용한 부정이 판쳤기 때문이다. 일부 관광객은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일본 안에서 되팔아 왔다.

세관에 따르면 1억엔(약 8억3926만원) 이상 고액 구매자는 검사 대상 거의 전부가 물건을 해외로 가져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출국 때 여권을 내지 않고 세관 확인을 피하는 사례도 있었다.

새 제도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확정됐다. 사후 환급 방식은 독일·프랑스·대만 등이 쓰는 세계 표준으로, 되팔기 같은 부정을 막기 쉽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약 4268만명, 이들의 여행 소비액은 약 9조5000억엔(약 79조7297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였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6000만명, 소비액 15조엔(약 125조889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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