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기여한 만큼 받는 국민연금 돼야”…자동조정장치 도입 제안

입력시간 | 2026.09.02 12:00 | 이윤화 기자 | akfdl34@edaily.co.kr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을 담은 개정 국민연금법이 시행된 가운데,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재정 안정성과 생애 기여에 따른 급여의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영계 제언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일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제도 혁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재정·부과체계·급여·기금운용 등 국민연금 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사진=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사진=경총)

경총은 지난해 4월 모수개혁과 함께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을 법에 명문화했지만 국민들의 신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이 지난해 11월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7%로 ‘신뢰한다’는 응답(44.3%)보다 많았다.

경총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재정 기반과 가입 유형에 따른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징수체계를 꼽았다. 이와 함께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지 않는 연금 감액제도, 소득재분배에 치우친 급여 구조,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연금급여 인상폭을 결정할 때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기대수명 증가와 가입자 감소 등 인구·경제 변수를 함께 반영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8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동조정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징수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직접 소득을 신고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구조여서 소득을 낮게 신고하거나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현행 신고소득 원칙은 유지하되 국세청 과세자료와의 연계·검증을 강화하고, 신고소득과 실제 확인소득의 차이가 큰 경우 기준소득월액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하이브리드형 부과체계’를 제시했다. 실제 2023~2025년 평균 보험료 징수율은 사업장가입자가 99.43%인 반면 지역가입자는 89.94%에 그쳤다.

연금 감액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와 노령연금·유족연금 중복급여 감액제도가 변화한 사회·경제적 여건과 가입자의 생애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총은 관련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 기여와 급여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여 구조는 소득 수준에 따른 기여와 급여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국민연금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균등급여(A값)와 개인의 소득·가입기간을 반영하는 비례급여(B값)를 각각 50%씩 반영하고 있다.

경총은 균등급여 비중을 줄이고 비례급여 비중을 확대해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장기간 가입할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OECD 모형에 따르면 평균소득 대비 개인소득이 0.5배인 경우 소득대체율은 50.6%지만 1배는 33.4%, 2배는 20.2%로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가 나타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와 가입자 대표 등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구성돼 외부의 의사결정 개입 가능성에 상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투자·금융 전문가 중심의 상설기구로 개편하고, 전문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모수개혁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제도의 기본 원칙과 운영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가입자의 기여가 급여에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모든 세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민연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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