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 투자자들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를 비롯해 계열사와 금융회사 관계자 20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계열사 간 자금거래와 회계처리가 개별 회사가 아닌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9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전날 서울남부지검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소인은 JTBC·중앙일보 공모 무보증사채와 이들 회사의 신용을 기초로 발행된 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319명이다. 거래내역 등을 통해 확인된 피해액은 최소 325억 2000만원이다.
피고소인은 홍석현 회장과 홍정도 부회장, 홍정인 등 중앙그룹 총수 일가와 중앙홀딩스·JTBC·중앙일보 등 계열사 전·현직 대표 및 임직원, 신한투자증권·한양증권·키움증권·제이앤에스투자일임 관계자 등 총 20명이다.
변호인단은 이들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및 사업보고서 거짓 기재, 투자일임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 혐의로 고소했다. 다만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소인별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서로 인수해 장부상 자본을 늘리고, 이를 기초로 외부에서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 뒤 조달한 자금을 다른 계열사에 지원하는 구조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계열사에 빌려준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는데도 손실을 반영하지 않아 장부상 자본이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신동환 변호사는 “계열사끼리 돈을 돌려 장부상 자본을 만들고 못 받을 돈을 받을 것처럼 적어 그 자본을 지키고 그렇게 꾸민 재무제표로 시중에서 회사채를 팔았다”며 “이것은 개별 회사 한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JTBC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9건, 총 2260억원이다. JTBC는 이를 자본으로 반영한 재무제표를 기초로 제36·37·41·42회 공모 무보증사채 총 3200억원을 발행했고, 이 가운데 2450억원이 기한이익상실 상태로 남아 있다.
변호인단은 2024년 중앙홀딩스와 다보중앙이 각각 JTBC 신종자본증권 200억원과 540억원을 인수해 JTBC의 장부상 자본이 740억원 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JTBC는 스튜디오아예중앙에 300억원을 출자하고 피닉스스포츠에 350억원을 대여했다.
계열사 채권에 대한 손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변호인단이 분석한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2025년 말 재무제표에 따르면 계열사 출자금 1조68억원 가운데 6150억원은 손상차손으로 처리됐다. 반면 계열사 대여금과 계열사 발행 증권 등 주요 채권 7405억원에는 대손충당금(채권에서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설정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 지분에 대해 1311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도 같은 회사에 대한 약 2300억원의 채권에는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외부 단기대여금 10억원에는 99%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지만 중앙홀딩스에 빌려준 450억원에는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중앙홀딩스가 총수 일가 지분 100%의 비상장 지주회사이고, 총수 일가와 주요 임원이 여러 계열사 임원을 겸직한 점 등을 들어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현 변호사는 “오너 일가도 자본시장법 위반의 정범으로 고소했다”며 “도저히 단순히 실무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룹 전체의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 최종 의사결정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의 형태상 형사법적 책임을 누가 지지 않고는 사건이 끝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판단을 저희가 했다”며 “특정인에 대한 후속적 책임의 수용이 없이는 사건의 실체 규명이 불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들도 부정거래 혐의의 공범으로 고소됐다. 변호인단은 신한투자증권이 JTBC의 자본잠식과 누적 적자, 높은 단기차입 비중 등을 확인하고도 제36·37·41·42회 회사채 투자설명서에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는 의견을 반복해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한양증권은 전자단기사채 발행주관과 자산관리 업무를, 키움증권은 전자단기사채 인수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개인 판매를 맡았다. 제이앤에스투자일임은 JTBC 회사채 매수를 홍보하고 고객의 투자일임재산에 편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변호사는 금융회사들에 대해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환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근거와 문제점을 점검했다면 왜 상환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서울남부지검에 직접수사와 증권 발행대금 및 계열사 간 대여·출자·상환 계좌에 대한 추적, 압수수색 등 신속한 강제수사를 요청했다. 검찰 직접수사가 어렵다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신속히 행사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JTBC는 앞서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재무 상황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히 공시했으며 자본시장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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