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알아듣던 AI, 키보드 잡고 일하는 직원 됐다…인간은 '조작자' 아닌 '감독관...

입력시간 | 2026.09.14 16:02 | 유은길 기자 | egyou@edaily.co.kr



[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 오픈AI가 자율형 AI 에이전트 ‘GPT-6 아스트라(Astra)’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 산업계와 노동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가 던진 목표를 스스로 추론하고 실행까지 완수하는 기술적 도약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도구를 넘어 새로운 경제 주체로 진입하는 전환기, 대한민국 산업계와 개인은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할까.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 융합 생태계 전문가인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를 만나 급변하는 AI 지형도와 실질적 해법을 짚었다.

‘답변형’에서 ‘수행형’으로… 일의 시작은 ‘작성’ 아닌 ‘감사(Audit)’

윤석빈 대표는 이번 아스트라의 등장을 “AI가 대답하는 존재에서 스스로 일하는 존재로 체질을 바꾼 사건”으로 규정했다. 기존 생성형 AI가 이용자의 프롬프트에 맞춰 텍스트를 생성하는 보조 비서였다면, 에이전트 모델은 웹 브라우징, 자료 수집, 문서 작성, 프로그램 실행 등 다단계 과업을 스스로 엮어낸다. 실제로 오픈AI의 컴퓨터 작업 평가에서 70%대 성공률을 기록한 점은 AI가 직접 키보드를 잡는 직원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윤 대표는 “퇴근 전 ‘시장 동향을 조사해 발표자료를 만들어 두라’고 지시하면 출근 후 결과물을 검토하는 것으로 업무가 시작되는 구조”라며 “일의 본질이 작성에서 검토와 승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검증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윤 대표는 “모델이 내세우는 벤치마크 점수와 실제 필드 성능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수백 단계의 작업 과정 중 잘못된 전제를 잡았는지 짚어내는 ‘감사(Audit)’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역할이 ‘AI를 다루는 테크니션’에서 ‘AI 조직을 감시하는 관리자’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업 아닌 ‘업무’가 사라진다… 경쟁력은 ‘AI 지휘 역량 × 전문성’

자율형 에이전트의 등장은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윤 대표는 직업 자체가 일거에 사라지기보다는 직업 내부의 단위 업무가 먼저 소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딩 테스트, 데이터 정리, 초안 작성 등 신입 인력이 거치던 진입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채용문이 먼저 좁아지는 신호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1~2년은 개인 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3~5년 내 기업의 조직도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며 “단순 지식 암기는 의미를 잃고, 문제 정의 능력과 기초 문해력, 결과물의 진위를 가려내는 검증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래 인재상은 AI와 대립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통솔하는 ‘AI 오케스트레이터’로 수렴될 전망이다.

빅테크 종속 위기… 해법은 ‘AI 가치사슬’과 ‘현장 데이터’ 결합

거대 인프라와 전력을 독점한 소수 미국 빅테크로의 종속 우려에 대해 윤 대표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다.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 무리하게 매달리기보다, 데이터센터·전력망·반도체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인프라와 산업별 버티컬 서비스를 포괄하는 ‘AI 전체 가치사슬’ 안에서 독자적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특정 외산 모델에 갇히지 않고 언제든 공급망을 교체할 수 있는 상호운용 표준을 설계하는 것이 국가적 협상력”이라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역시 제조업, 물류, 금융 등 현장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독점적 비즈니스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장악해야 빅테크의 하청 기지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 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사이버 위협과 단일 장애점… ‘제로 트러스트’와 ‘블록체인 분산 신뢰’ 구축해야

보안 영역에서는 새로운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스트라는 개발 과정에서 미공개 취약점(Zero-day)을 자체 탐지할 만큼 지능화됐으며, 이는 고도화된 해킹 도구로 전용될 잠재력을 안고 있다. 윤 대표는 국가 주요 시설의 보안 원칙으로 모든 접속을 지속 검증하는 ‘제로 트러스트’ 전환과 더불어 “물리적 가동을 수반하는 핵심 제어망에는 인간의 물리적 승인이 개입하는 차단선(Kill-switch)을 남겨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앙 집중식 AI 서버 장애 시 발생할 시스템 마비와 알고리즘 편향 전이를 방어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는 분산 인프라 네트워크(DePIN)와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을 꼽았다. 유휴 컴퓨팅 자원을 분산 조달해 인프라 독점을 완화하는 한편, AI의 디지털 신원 부여, 예산 집행 권한 통제, 의사결정 경로의 위·변조 방지 기록을 스마트 계약으로 강제하는 방식이다. 그는 “착한 AI를 기대하기보다 규격 외의 악의적 행동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통제하는 신뢰 아키텍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Ready Korea’로 국가 인프라 재편…“실무에 30분씩 접목하며 주도권 쥐어야”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로는 ‘AI 레디 코리아(AI Ready Korea)’ 전략이 제안됐다. 단순히 고성능 GPU 물량을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 전력 수급 및 송전망 인허가를 적기에 연계해야 국가AI컴퓨팅센터 등의 인프라가 공회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산업별 온톨로지 구축을 통한 공공·산업 데이터 표준화, 에이전트 간 트랜잭션 표준화 선점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시장 참여자와 일반 시민을 향한 조언도 이어졌다. 윤 대표는 시장의 막연한 공포와 과열된 기대를 경계하며 “생성형 AI 모델의 연산량 폭증에 따른 반도체, 냉각·전력 기기, 네트워크 등 물리적 병목을 해결하는 인프라 생태계와 함께, AI를 활용해 실제 영업비용을 혁신하는 수요 기업의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거창한 구호보다 자신의 업무 중 가장 번거로운 영역부터 하루 30분씩 AI에게 위임해보는 훈련이 가장 확실한 생존 투자”라며 “결과물의 최종 법적·윤리적 서명은 끝까지 인간의 몫이라는 기본 원칙을 잊지 않는다면, AI 혁명은 위기가 아닌 개개인의 생산성을 비약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사진 우측)가 9월 11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사진 우측)가 9월 11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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