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11~12일 이틀간 집중 협상에 나선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을 둘러싸고 반도체(DS) 부문과 완제품(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노조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번 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11~12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하며 협상을 재개한다. 정부 측이 사후조정을 강하게 권고하면서, 노사는 성과급 배분 문제 등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사후조정은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종료돼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노사 양측 동의 아래 노동위원회가 다시 분쟁 해결에 나서는 절차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이번 협상이 파업을 막기 위한 마지막 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사측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DS부문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 사장은 지난 7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미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직접 나선 것은 노조와의 성과급 갈등이 파업이라는 극단적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총파업만은 피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국내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면 메모리사업부 직원에게 경쟁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급 지급률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성과급 상한선인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포상’도 제시한 바 있다.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타결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DS 부문에서는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이 3만7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현재 총파업 움직임 역시 DS 소속 노조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하고, 성과급 상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후조정 안건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통재원’ 포함 여부를 두고 노조 내부 갈등도 이어졌다. DS뿐 아니라 다른 사업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전사 공통재원을 마련해 성과급을 보다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DS 중심의 초기업노조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노 갈등 역시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초기업노조가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통상 수천 명 규모의 노조는 대의원 제도를 두고 있지만, 초기업노조는 2023년 출범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이를 도입하지 않아 조직 운영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파이의 배분이 아니라 파이 자체를 키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독일의 공동결정제(Mitbestimmung)나 스웨덴의 살츠쇠바덴(Saltsjöbaden) 협약처럼 정례적인 사회적 대화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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