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던 하노이 아파트의 ‘차디찬 급랭’...공포일까, 기회일까 [어쨌든 경제]

입력시간 | 2026.10.26 11:54 | 유은길 기자 | egyou@edaily.co.kr



[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 불과 1~2년 전만 해도 한국 자산가들 사이에서 베트남 아파트는 ‘사두기만 하면 돈이 복사되는 황금알’로 통했다. 서울의 촘촘한 부동산 규제를 피해 바다를 건넌 투자금은 하노이와 호치민의 모델하우스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하지만 축제는 길지 않았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베트남 주요 도심 아파트 시세가 올해 들어 단숨에 20~30%씩 곤두박질치면서 현지 교민사회와 원정 투자자들 사이에선 짙은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다. ‘바닥 모를 추락’이라는 비관론과 ‘아주 좋은 저점 매수 찬스’라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는 지금, 시장의 시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하노이 현지에서 22년 동안 시장의 부침을 온몸으로 겪어온 남한익 하노이한인부동산협회장은 현재의 시장을 “단기 과열이 빚어낸 필연적 디톡스(해독) 구간”이라고 단언했다.

금리 폭탄과 공급 과잉이 때린 급제동...“수도의 펀더멘털은 살아있다”

남 회장은 최근의 급락세를 구조적 붕괴가 아닌 급격한 체력 소진에 따른 숨고르기로 규정했다. 지난 2년간 가파른 가격 폭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치솟은 현지 대출금리가 매수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호황기에 쏟아져 나온 신규 분양 물량의 입주 시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악재까지 맞물리며 단기 하방 압력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의 추락을 장기 불황의 전조로 보는 시각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경제 성장률과 소득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 가속화되는 도시화 흐름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궤적은 여전히 우상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 급등의 거품이 걷히고 가격이 조정을 받은 지금이야말로 현금을 쥔 자산가들이 우량 매물을 선점할 수 있는 진입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도시 간 판도 변화도 흥미롭다. 22년 전만 하더라도 경제수도 호치민의 집값은 행정수도 하노이의 세 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두 도시의 시세는 대등한 수준으로 수렴했다.

남 회장은 “중국 역시 상하이 집값이 베이징을 압도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2008년 전후를 기점으로 수도 베이징이 상하이를 역전해 격차를 벌렸다”며 “베트남 역시 정책과 행정의 중심축인 하노이가 장기적으로 호치민을 앞지르는 ‘베이징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하노이의 하락 폭이 컸던 이유 역시 직전 상승세가 가팔랐던 탓으로, 반등 국면에서의 탄력성 또한 하노이가 더 우세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 8% 월세’ 환상은 끝났다...3%대로 주저앉은 수익률의 민낯

한국인 투자자들이 베트남에서 사들이는 부동산은 뚜렷하게 ‘아파트’로 귀결된다. 상가나 토지에 비해 환금성이 높고 거주 목적의 임차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호(West Lake) 인근의 대표적 신도시‘스타레이크(Starlake)’와 전통적 부촌 단지 ‘시푸차(Ciputra)’는 한국 대기업 주재원과 다국적 기업 임직원 배후 수요가 탄탄해 하락장 속에서도 방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남 회장의 분석이다.

그러나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과거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최대 무기였던 ‘연 7~8%대 고배당식 임대수익률’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집값이 수직 상승하는 동안 월세 인상 폭은 제한적이었던 탓이다.

현재 공실률과 제반 유지비용을 제외한 실질 임대수익률은 연 3~4% 선으로 낮아졌다. 현지 은행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남 회장은 “월세를 받아 대출 이자를 갚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베트남 아파트는 철저히 미래 시세차익을 노리는 5~10년 단위의 중장기 포트폴리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핑크북 공포‘는 기우, 진짜 복병은 시공사 부실과 ’무법 중개 시장‘

국내 투자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대목은 ’외국인 50년 소유 제한‘과 소유권 증서인 ’핑크북(Pink Book)‘의 지연 발급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남 회장은 시장의 오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토지를 국가가 영구 임대하고 지상 건물만 개인이 소유하는 구조다. 중국 역시 50년 소유권 기한이 도래한 아파트들에 대해 별다른 마찰 없이 소유권을 연장해 주었다. 베트남 정부로서도 만기 시점에 연장을 불허할 경우 지상 건축물을 일일이 국가 재정으로 매입·보상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천재지변이나 법적 중대 사유가 없는 한 재연장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현장의 편법이다. 분양 후 수년이 지나도 핑크북이 발급되지 않는 단지들은 열에 아홉 시공사의 인허가 결격 사유 때문이다. 시공사가 최종 준공 검사를 받지 못했거나, 외국인에게 허용된 법정 분양 쿼터(단지당 30%)를 초과해 불법 분양을 강행한 사례들이다.

특히 베트남은 공인중개사법이나 협회 보증보험, 지자체의 감시 체계가 전무해 브로커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계약 전 베트남 건설부(MO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분양이 공식 허용된 정상 프로젝트인지 대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분양계약서 내 시공사의 공기 지연 페널티 배상 규정, 중도금 연체 이율, 하자보수(A/S) 기간 등을 현미경 검증해야 하며, 분양권 전매 거래 시에는 사설 브로커가 아닌 공증사무소에서 정부 공인 통역관의 입회하에 권리관계를 매듭지어야 한다.

남 회장은 ”단기 조정으로 시장의 가격 거품이 걷힌 지금, 법률적 리스크를 철저히 검증하고 긴 안목으로 접근한다면 하노이 알짜 자산에 올라탈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한익 회장이 출연한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남한익 하노이한인부동산협회 회장(사진 우측)이 10월 23일(금)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남한익 하노이한인부동산협회 회장(사진 우측)이 10월 23일(금)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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