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3분의 2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빠르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과 광주에서 공장을 병행 건설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및 탄약고 부지를 처음 방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군공항 부지와 탄약고 일대를 살피고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으로부터 부지·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설명받았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까지는 용인의 한 3분의 2 정도 사이즈의 계획을 갖고 있다”며 “땅이 더 있고 수요가 더 있다면 이쪽이 더 커질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호남권 생산거점의 계획 규모를 용인과 비교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총 4기의 팹을 순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첫 팹인 Y1은 내년 2월 첫 클린룸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팹별 생산능력이 같다고 가정하면 ‘용인의 3분의 2’는 용인 팹 약 2.7기 상당의 생산능력에 해당한다. 다만 최 회장의 발언은 캐파(CAPA) 관점에서 검토 가능한 수준을 언급한 것으로, 구체적인 규모 등은 부지 확보 및 인프라 준비 여건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용인 클러스터 조성 일정을 12년 앞당겼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요에 대응하기 부족하다며 ‘속도’를 특히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45년으로 잡았던 용인 클러스터의 팹 4기 건설 완료 목표를 2033년으로 앞당긴 상태다.
최 회장은 “(12년을 앞당긴 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또 다른 부지와 조성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광주에 추가 생산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병행해서라도 지어야 할 사정이 생길 것 같다”며 용인과 광주 반도체 공장의 병행 건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간 최 회장은 최근 대내외 간담회 등에서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키워야 한다”며 생산기지 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이날도 현장 점검 후 경영진에게 “정부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업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이 늦어지더라도 건설부터 시작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설사 용수와 전력이 늦는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만 있으면 먼저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며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전력·용수 공급 계획과 공사 일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언제인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답을 못 드리지만 최대한 빨리 간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시장은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신 최태원 회장님께 320만 특별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장을 최적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건설·운영할 수 있도록 부지 · 전력 · 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은 물론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호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신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경영진이 10여 차례 광주 현장을 방문해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왔다. 민 시장은 이날 부지·전력·용수 등 기반시설과 인재 양성·정주 여건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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