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정부의 비대면 약 배송 확대를 두고 약사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약사들은 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의 복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하는 ‘대면 복약지도’가 없는 비대면 약 배송이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안전 없는 약 배송 확대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0일 보건복지부는 올해 12월 24일 예정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앞서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비대면 약 배달은 섬·벽지 거주자, 희귀질환자, 감염병 확진자, 등록 장애인, 장기요양 수급자 등 일부 계층에 제한돼 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지난 9일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약 배송 확대는 단순한 의약품 수령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과정”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역 보건의료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제대로 된 통계도, 평가도, 안전장치와 공적 시스템도 없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바꾸겠다고 정부가 나서고 있다”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검증해 객관적 평가를 거쳐 정착시키는 것이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이자 헌법적 책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대면 복약지도’가 없는 의약품 배달이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영일 대한약사회 지부장협의회장은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기존 복용 약물과의 중복투약 및 상호작용, 부작용 위험을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며 “대면 복약지도는 약사법이 규정한 국민 건강과 생명의 최후 방어선”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용선 대한약사회 성동구분회장은 “우리의 병력과 처방 정보를 사설 플랫폼에 맡기고, 기업의 돈벌이에 이용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효선 비대위 투쟁전략팀장도 “환자의 질환, 처방 정보, 조제 내역 등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가 민간 플랫폼의 시장 확장, 맞춤형 광고, 마케팅 등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총궐기대회에는 약대생들도 참여했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약대협) 회장은 “폭염과 혹한 속에 일반 택배망에 있던 의약품이 녹아내리고 약의 형태가 붕괴된다는 사실이 실제 배송 테스트를 통해 드러났다”며 “민간 배달망 속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뒤바뀐다면 생명의 위협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이날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데이터 원자료 공개 △비대면진료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사용 의무화 △비대면진료 공공플랫폼 구축 △방문 약료 체계 확립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 약사 등 보건의료전문가 의견 수용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20일 이후에도 약 배송 확대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시·도지부별 결의대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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