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요가나 러닝을 마친 뒤 와인잔을 든다. 야근 중에도 스파클링 와인을 홀짝인다. 일반적인 알코올 농도 11~15% 수준의 와인이 아닌 ‘0.0’ 논알코올 와인 얘기다.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즐기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 않는 ‘알코올’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습관이 달라지고 있다. 술을 무조건 끊기보다는 마시는 양과 상황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이다. 맥주에서 출발한 논·비알코올 열풍이 이제 와인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주류업계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논알코올 맥주가 일상 속 선택지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와인 본연의 향과 맛을 살리면서 알코올을 제거한 프리미엄 논알코올 와인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와인의 풍미와 분위기를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글로벌 성장세도 뚜렷하다. 영국 주류시장 분석기관 IWSR에 따르면 전 세계 논알코올 시장은 최근 5년간 15% 성장했다. 전통적인 알코올 시장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논알코올 와인 시장이 2025년 약 25억달러에서 2033년 5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10%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연평균 14.9%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빠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시장이다.
국내에서도 논알코올 주류의 성장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확대됐다. 2027년에는 94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와인 수입·유통사 금양인터내셔날은 스페인 대표 와이너리 토레스의 논알코올 와인 브랜드 ‘나투레오(Natureo)’를 국내에 선보였다. 나투레오는 2008년 출시된 스페인 최초의 논알코올 와인 브랜드다. 토레스는 2004년부터 논알코올 와인 연구를 시작해 20년 넘게 관련 기술과 품종을 연구해왔다. 최근 2년간 총 600만유로(약 90만원)를 투자하는 등 전용 생산시설과 기술력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국제 와인 품평회 문두스 비니 논알코올 부문에서 2년 연속 최우수 국제 생산자로 선정됐다.
비결은 토레스가 적용한 ‘스피닝 콘 칼럼(Spinning Cone Column, SCC)’ 공정 기술이다. 일반 와인과 동일한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진공 상태에서 향기 성분(아로마)의 95% 이상을 먼저 분리하고 알코올을 제거한다. 이어 따로 빼두었던 아로마를 베이스 와인에 다시 결합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토레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출 담당자 질 세라는 “저온에서 공정을 진행해 열에 민감한 향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 과정에서 원래 와인 향의 95% 이상을 보존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인공 첨가물이나 설탕을 넣지 않는 것도 타사 제품들과 다른 차별점이다. 질 셀라는 “토레스는 논알코올 와인에 적합한 포도 품종과 재배 방식도 별도로 연구해왔다”며 “나투레오는 포도 본연의 성분과 천연 잔당감, 산도만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성분표를 보면 포도와 이산화황 등 최소한의 성분만 적혀 있어 웰니스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토레스가 한국 시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조정을 겪었지만 해외여행과 해외 음주문화 경험이 늘면서 와인에 대한 소비자 이해와 구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은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와인 시장이 성숙한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소비 규모나 선택지가 제한적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해외여행을 통해 와인과 다양한 음주문화를 경험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한국 와인 시장도 성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논알코올 와인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저도주 트렌드와 맞물린 가능성에 주목했다. 질 세라는 “밀레니얼 세대부터 Z세대까지 알코올 소비를 줄이고 조절하려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이어진다면 논알코올 와인 시장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이는 나투레오는 취향과 상황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한다. 나투레오 무스캇(화이트)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베스트셀러다. 청사과, 복숭아, 잘 익은 과일 향이 화사하게 펼쳐지며 입안에서는 달지 않고 산뜻한 산미가 돋보인다. 해산물 요리나 샐러드와 찰떡궁합이다. 탄산수를 섞어 ‘모히토 0.0’으로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나투레오 가르나차 시라(레드)는 논알코올 레드는 밍밍하다는 편견을 깨부순 제품이다. 짙은 체리 빛과 함께 붉은 베리 향, 부드러운 타닌과 균형 잡힌 산미가 어우러져 깊은 구조감을 선사한다. 나투레오 스파클링 세미 세코 0.0는 미세하고 촘촘한 버블이 터지는 세미 스파클링 와인이다. 다채로운 열대 과일 향과 기분 좋은 시트러스 산미가 특징이다
토레스는 나투레오를 단순한 와인 대체재가 아닌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요가와 운동 등 건강한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행사와 제품을 결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질 세라는 “요가와 자신을 돌보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는 나투레오와 잘 맞는다”며 “한국에서도 웰니스 트렌드와 연결한 마케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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