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김윤정 기자] “코스피 4500~4800선 부근을 외국인 매도 둔화 가능성을 점검할 실질적 하단 구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올해 6월 종가 기준 고점(9114.55) 대비 44% 넘게 수직 낙하하며 ‘5000피(코스피 5000)’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8일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증권사 9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메리츠·키움·신한·하나·대신증권)의 리서치센터장·리서치본부장 9명을 긴급설문한 결과, 이번 폭락을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수급 꼬임에 따른 극단적인 과매도(언더슈팅) 국면으로 진단했지만, 섣부른 ‘바닥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전 세계 증시 하락을 촉발한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블루웨이브(민주당 압승)’ 충격으로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지표가 역사적 하단(주가순자산비율 0.92~0.95배)까지 밀려났지만, 과거 약세장 사례와 최근의 심각한 수급 공백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과거 하락 국면에서는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5~0.90배에서 이후 순매수 관측이 늘고, 0.85배 이하에서는 매도 강도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현재 장부가 기준 4500~4800포인트 부근에서 외국인의 매도 강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추정하는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BR은 산출 방식에 따라 소폭 차이가 있지만, 현 지수(5059.69) 기준 0.92~0.95배 수준으로 일제히 1.0배를 밑돌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선행 PBR 1.0배 하회는 상장사들이 1년 뒤 벌어들여 쌓을 순자산가치보다도 시가총액이 적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10~15년 장기 평균 선행 PBR이 0.95~1.05배(중간값 1.0배 안팎)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주가는 장기 평균선 아래로 깊숙이 내려앉은 명백한 언더슈팅 구간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대비 과매도 국면은 맞다”며 “현 코스피 지수는 12개월 선행 이익 전망이 컨센서스 대비 무려 38~49% 낮아지는 경우를 반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향후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40% 안팎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위기 시나리오를 현재 주가에 모조리 선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급락 장세에서 ‘고점 대비 낙폭’ 관점으로도 코스피 5000선은 평균 낙폭의 저점 수준으로 판단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0년 이래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 이상 밀려난 약세장 국면은 총 11차례였고, 평균 하락률은 -43.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지수가 반토막(-50% 이상) 난 국면은 △1997년 외환위기(-75.4%) △2000년 IT 버블 붕괴(-55.7%)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4.5%) △1989년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 호황 뒤 버블 붕괴(-54.4%) 등 총 4차례에 그쳤다. 다만 이러한 대형 위기 국면의 하락률을 올해 6월 22일 코스피 고점(9114.55)에 단순 대입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54.5%)은 4144선, IT 버블 붕괴 수준(-55.7%)은 4034선에 해당한다.
실제로 외국인의 거센 매도를 받아낼 국내 수급 안전판이 취약하다는 점은 하단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8% 넘게 폭락해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던 지난 6일에도 외국인은 2조69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폭락을 주도했다. 한 주간(11월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쏟아낸 외국인 순매도 규모만 10조 4427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현 국면을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덮쳤던 과거의 50%대 폭락 국면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긋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현재 주가 수준이 정당화되려면 단순히 실적이 나빠지는 수준을 넘어 실물경제 위기가 동반돼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투자 우려가 경기 침체나 부채 위기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지금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과거 급락 국면과 달리 금융 시스템 내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지 않고, 국내 수출 호조와 글로벌 매크로 지표가 여전히 견조하다”며 “(현재 하락장에) 공포에 휩쓸려 투매에 동참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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