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해 개발 중인 일본뇌염 백신 후보물질 ‘GBP560’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이 종료됐다. 회사는 이미 당초 임상 1·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으나, 우선 1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한 뒤 임상 2상 돌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국내에서 mRNA 백신을 상용화한 사례가 없는 데다 개발에 막대한 자금과 기간이 투입되는 만큼, 단계별로 데이터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시험대상자 402명→161명…설계는 그대로 유지18일 국제 임상시험 등록 데이터베이스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따르면 GBP560 임상 1상은 지난 7월 31일자로 완료됐다. 등록된 시험대상자는 161명으로, 당초 1·2상을 합쳐 계획했던 402명의 40% 수준이다. 연구 완료 예정일도 지난해 12월 기준 2028년 3월에서 2026년 7월 31일로 변경됐다.
수치만 보면 임상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설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됐다. 기록상 시험군 구성과 2단계 구조 등 핵심 설계 항목은 변경되지 않은 채 등록 인원만 바뀌었다. 임상 1상에 해당하는 규모까지만 수행한 뒤 프로토콜이 완료 처리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임상은 두 가지 후보물질 GBP560-A와 GBP560-B를 각각 3㎍·15㎍·50㎍ 세 용량으로 나눠 6개 시험군을 구성했다. 1일차와 29일차 두 차례에 걸쳐 0.5㎖씩 근육주사를 맞고, 두 물질과 세 용량 중 최적의 조합을 가려내는 것이 1단계의 목적으로 설정됐다.
대조군으로는 시판 중인 일본뇌염 백신 두 종이 선택됐다. 발네바의 불활화 백신 '익시아로'와 사노피의 생백신 '이모젭'이다. 이모젭은 1일차에는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고 29일차에 이모젭을 접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불활화 백신은 몸속에서 증식하지 않아 면역저하자도 접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백신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화해 투입하는 것으로, 면역이 강하고 오래가지만 면역 저하자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 mRNA 백신은 양쪽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제3의 방식으로, 안전성과 면역 지속성을 모두 비교 평가하기 위해 두 백신을 대조군으로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mRNA 백신이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 일부를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차세대 백신을 의미한다. 기존 백신이 살아있거나 죽은 병원체를 체내에 주입하는 것과 달리,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 정보를 mRNA로 합성하는 식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DNA(원본 설계도) → mRNA(작업 지시서) → 단백질(완성품)’의 방식으로 단백질을 만드는데, 작업 지시서인 mRNA를 직접 넣어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중단 아닌 단계별 판단"…연말 1상 결과가 분수령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임상 1상 결과를 올해 연말 공개할 예정이다. 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임상 2상 돌입과 함께 상업화 가능성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을 중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1상과 2상을 함께 신청해 승인받았지만, 먼저 1상 결과를 확인한 뒤 2상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상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며, 결과가 좋으면 2상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접근의 배경으로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mRNA 백신 연구가 아직 충분히 심화한 단계는 아니어서 개발에 상당한 자금과 기간이 소요된다"며 "단계마다 데이터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상과 2상을 하나의 계획으로 승인받은 뒤 중간 결과에 따라 후속 단계 진입을 결정하는 방식은 백신 개발에서 드물지 않은 사례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불필요한 자원 투입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일본뇌염 mRNA 백신 연구 배경 목적이 오로지 상업화에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단지 일본뇌염 mRNA 백신을 만드는 거라기보다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라이브러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 확보가 목표"…GBP560에 걸린 상징성GBP56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첫 mRNA 백신이다. mRNA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화이자와 모더나가 1년 이내에 백신을 내놓으면서 주목받은 기술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원천 기술과 지식재산권 대부분을 해외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후발주자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mRNA 백신 프로젝트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함께 수행하는 '100일 미션'의 일환이다. ‘100일 미션’은 미지의 감염병(Disease-X) 발병 후 수 주 안에 백신을 개발하고 대규모로 생산해 100일 안에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국제기구 CEPI로부터 4000만달러의 초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로 협약을 맺고 해당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후기 개발 단계에 돌입하면 CEPI는 최대 1억 달러를 추가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뇌염과 함께 라싸열 백신도 같은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활용해 기존 플랫폼 대비 신속한 대량생산 체제 구축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기존 백신이 병원체마다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가진 것과 달리, mRNA 백신은 서열만 교체하는 식으로 플랫폼을 재사용할 수 있어 재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장 확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노바원어드바이저(Nova One Advisor)에 따르면 글로벌 mRNA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7.06% 성장해 2033년엔 589억달러(약 8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BP560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개별 파이프라인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성과를 내야만 mRNA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회사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스카이코비원이라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당시는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종료된 이후였다. 향후 또다른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mRNA 백신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GBP56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첫 물질이라, 내부 투자와 외부 신뢰 확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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