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 집 팔아도 '세 낀 집' 못 사…"매물 나올지 미지수"

입력시간 | 2026.05.25 17:43 | 최정희 기자 | jhid0201@edaily.co.kr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가 임대 중인 주택을 팔 수 있도록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놨지만 정작 집을 판 비거주 1주택자는 무주택자가 된 상태에서 집을 사기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달리 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물이 13% 가량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건수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현재 6만 1457건으로 지난달 말(7만 2428건) 대비 9201건, 13% 가량 감소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이달 10일부터 시행되면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이 크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매물이 출회됐던 3월 21일(8만 80건)과 비교해 21% 가량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장기보유특별공제 중 ‘보유 공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관련 매물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서울 및 경기 12곳 등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지역에 임대를 주고 있는 주택을 비거주 1주택자가 매도할 경우 해당 주택 매수자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되도록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놨다. 유예 기한은 최장 2028년 5월 11일까지다.

하지만 실거주 유예 조치 발표 이후에도 매물 감소세는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11일 6만 5682건에서 이날 기준 6만 1457건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가 실제로 집을 팔 유인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순간 무주택자가 되지만 다시 주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실거주 유예 적용 대상을 ‘대책 발표일인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가 연내 기존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뒤 주택을 매수할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이후 해당 주택에 4개월 내 실거주해야 한다. 실거주 유예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비거주 1주택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판 임대 주택의 매수자는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무주택 상태에서도 같은 방식의 ‘세 낀 매물’을 매수할 수 없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가 갈아타기 목적으로 실거주 유예를 활용해 세를 낀 매물을 매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갈아타려는 수요는 집값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실거주 유예를 허용하면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놓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거주 1주택자가 매수할 수 있는 매물은 사실상 즉시 실거주가 가능한 주택으로 제한된 상황이라 비거주 1주택자가 무주택자로 남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한 굳이 보유 주택을 매도할 유인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주택 매도 압박은 집값 안정에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비거주 1주택자는 우선 임대 중인 주택에 직접 거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에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다시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핵심지 주택은 자금력이 있는 무주택자가 매수하고, 기존 집을 판 비거주 1주택자는 현재 임차 중인 수도권 외곽 인근에서 새 집을 매수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핵심지와 외곽의 매입 수요를 모두 늘리는 꼴이라 수도권 전체로 보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윤 랩장은 “한 번 거주한 주택은 절세를 위해 10년 이상 거주·보유 전략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수도권 전체로 보면 매물 회전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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