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봐" 추석 밥상서 또 스마트폰 전쟁…아이 SNS 어디까지 막을까

입력시간 | 2026.09.25 14:20 | 이소현 기자 | atoz@edaily.co.kr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추석 연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자녀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그만 보라”고 뺏어야 할까, 몇 시간까지 허용해야 할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과몰입 문제가 전 세계적인 정책 의제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무한스크롤·자동재생·추천 알고리즘처럼 이용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기능에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교육·심리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의 보호장치는 필요하지만 이용시간이나 나이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차단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아이 의지만으론 안돼” vs “무조건 막으면 더 숨는다”

규제 필요론의 핵심은 청소년 개인의 절제력에만 책임을 맡길 수 없다는 데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청소년 SNS 규제와 관련해 “기본 방향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앞서 7월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의 SNS 가입 제한과 14~19세 청소년에 대한 중독성 디자인·추천 알고리즘 노출 제한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게임 셧다운제의 경험을 고려해 청소년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쳐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무한스크롤과 자동재생 등을 청소년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연령 확인과 부모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아직 규제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들을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단계다.

반대편에는 ‘규제 자체가 필요 없다’기보다는 일률적인 금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지난 10일 메타의 ‘스크린 스마트(Screen Smart)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SNS가 청소년에게 오락뿐 아니라 친구 관계와 사회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회장은 무조건적인 금지가 오히려 부모 몰래 SNS를 이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음지화되는 게 제일 무섭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알면 위험을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있지만 자녀가 사용 사실부터 숨기기 시작하면 보호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법보다 빨리 움직이는 플랫폼…‘시간·부모 관리’ 강화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사이 글로벌 플랫폼들은 자체 청소년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공통점은 연령에 따라 기본 보호수준을 높이고 부모에게 시간·콘텐츠 관리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메타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메신저에 이어 스레드(Threads)까지 청소년 계정을 확대했다. 스레드에서도 부모는 자녀의 이용시간을 확인하고 하루 이용 한도를 설정하거나 특정 시간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수면모드를 설정하고 태그·개인정보·민감 콘텐츠 설정도 관리할 수 있다. 만 16세 미만은 기본 보호설정을 완화하려면 부모 승인이 필요하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콘텐츠 기준도 강화했다. 13세 이상 영화 등급 수준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제한하고, 더 엄격한 환경을 원하는 부모를 위한 ‘제한된 콘텐츠’ 설정도 도입했다.

메타는 미국에서는 주정부들과의 청소년 SNS 중독 관련 소송 합의에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합쳐 하루 2시간으로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한층 강한 조치를 수용했다. 향후 한국에 적합한 해법을 한국 정부와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틱톡은 청소년 계정에 하루 60분의 기본 스크린타임 설정을 두고 ‘세이프티 페어링(Family Pairing)’을 통해 부모가 자녀의 이용시간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가족 식사나 수업·취침시간 등에 맞춰 아예 앱 접속을 막는 ‘쉬어가기(Time Away)’ 기능도 제공한다.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이 앱 사용을 자연스럽게 멈추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확대했다.

유튜브도 부모 감독 청소년 계정에서 쇼츠(Shorts) 피드를 몇 분 동안 볼지 부모가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3월부터는 한도를 ‘0분’으로 설정해 쇼츠 스크롤 자체를 막는 것도 가능하다. 취침시간과 휴식시간 알림도 설정할 수 있다.

SNS 플랫폼들도 아무 제한 없는 자율보다는 일정한 울타리 안에서 부모와 청소년이 이용 강도를 조절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일준(왼쪽부터)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회장, 방종임 교육대기자 TV 대표,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교수가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메타)

박일준(왼쪽부터)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회장, 방종임 교육대기자 TV 대표,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교수가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메타)

◇“몇 시간 썼나보다 왜 쓰는지 물어보라”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사용시간 숫자 하나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상담·UX 심리학 교수는 “그 시간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고,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냄으로 인해 못하게 된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또 “내가 이걸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을 자지 못하거나 식사 중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일상을 밀어내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메시지나 단체대화방에 곧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소외될 것 같은 이른바 ‘즉답 문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공부를 위해 알림을 꺼도 계속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다면 단순한 이용시간 문제가 아니라 또래 관계에서 오는 압박이 원인일 수도 있다.

박 회장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규율→자율→자유’로 넘어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어린 시기에는 부모가 규칙을 함께 만들고 관리하되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점차 자율의 범위를 넓혀주는 방식이다.

한국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종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입시와 학원 일정에 둘러싸인 일부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자율성을 요구하기 전에 가정과 일상에서도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를 충분히 갖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SNS 규제 논의가 필요하지만 입시 환경과 하교 후 청소년의 생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자녀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몇 시간을 썼는지부터 따지기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왜 계속 보고 싶은지,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지를 물어보며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 이데일리 & 이데일리TV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