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정부가 저소득 노인의 기초연금을 내년에 올리기로 했지만,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빈곤 노인은 인상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기초연금이 오른 만큼 생계급여가 깎이는 현행 구조 때문이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7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기초연금 지급 사업에 전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보다 2조 5389억원(11%) 늘어난 25조 6529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 하위 30%(약 363만명)에 월 38만원, 30~45% 구간에 월 35만 8790원, 45~70% 구간에 월 34만 9700원을 차등 지급하는 ‘하후상박’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소득이 가장 적은 하위 30%는 현행보다 월 3만원이 오르게 된다.
문제는 생계급여의 소득산정 방식이 인상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법정 선정 기준에 못 미치는 만큼 메워주는 보충급여 방식을 따르는 데,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기초연금을 전액 소득으로 잡는다. 기초연금이 올라도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서 최종 가처분소득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산이 더 들어가지만 취약계층 노인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장부상 현금 이동만 발생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노인은 빠르게 늘고 있다.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은 2021년 56만 8000명에서 지난해 78만 3000명으로 4년 새 37.9%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기초연금액도 2022년 29만 7000원에서 2025년 33만 1000원으로 올랐다. 반면 생계급여를 받는 65세 이상 중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에 8만 9000명에서 14만 2000명으로 59.6% 증가했다.
내년 인상 대상인 소득 하위 30% 구간은 기준 중위소득의 약 20% 수준이어서 생계급여 수급 노인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생계급여 산정 때 기초연금의 일부를 소득에서 빼주는 등의 제도 보완이 없다면 하후상박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는 실정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2021년 14조 9634억원에서 2025년 21조 3514억원, 내년에 25조 6529억원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초연금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생계급여 지출이 줄어드는 예산상의 순환 구조 속에서 취약 계층에게 정책 확대의 실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두 제도 간 소득 산정 방식의 정합성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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