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때마다 '무더기 병역특례'…53년 된 '국위선양' 잣대 손보나

입력시간 | 2026.10.05 12:05 | 김관용 기자 | kky1441@edaily.co.kr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남자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군 면제’ 관련 발언과 행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논란은 50년 넘게 이어져 온 제도 자체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예술요원은 병역특례가 인정되는 국제·국내 경연대회를 대폭 줄여온 반면 체육요원은 2008년 이후 ‘올림픽 3위 이상·아시안게임 1위’라는 핵심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단체종목의 경우 금메달 하나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아시안게임이 사실상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병무청에 따르면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에서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다. 1973년 처음 도입된 예술·체육요원은 법적으로 ‘군 면제’가 아니다. 보충역인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군사교육소집을 받고 2년 10개월, 즉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 이 기간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도 총 544시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역병처럼 병영에서 복무하지 않고 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병역특례’ 또는 ‘병역 혜택’으로 불리는게 사실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종목을 중심으로 상당수 선수가 혜택을 받게 됐다. 남자 축구대표팀에서는 엄지성·김지수·배준호 등 20명이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야구에서는 미필 선수 16명이 예술·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었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고 일본과의 결승에서 3대1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 24명 가운데 김도영·소형준·이재현·문현빈 등 16명이 병역 미필자였다.

남자 농구도 금메달로 8명이 병역상 혜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국군체육부대에서 이미 복무 중이던 이우석은 조기 전역 대상이 됐고, 나머지 미필 선수들은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됐다. 이를 감안하면 남자 축구·야구·농구 세 종목에서만 미필 선수 최소 43명이 이번 금메달로 새롭게 병역 문제를 해결하게 된 셈이다.

◇1973년 시행…1990년 지금 기준 만들어져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는 1973년 3월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예술·체육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산업 인력과 함께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자를 군 복무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출발이었다.

체육 분야의 문은 오히려 지금보다 넓었다. 1973년에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이 대상이었다. 한국체육대학 졸업성적 상위 10%도 포함됐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승리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승리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과 같은 골격은 1990년 만들어졌다. 체육요원 편입 대회를 크게 줄여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만 남겼다.

이후 예외가 생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월드컵 16강 이상 선수를 대상에 추가했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자 WBC 4위 이상도 포함됐다. 그러나 특정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기준이 바뀐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8년 월드컵과 WBC 조항을 모두 없앴다. 다시 ‘올림픽 3위 이상·아시안게임 1위’로 돌아온 것이다.

예술요원이 걸어온 길은 다르다. 병무청은 2008년 국제 음악경연대회 123개, 국제 무용경연대회 17개, 국내 경연대회 8개 등 모두 148개 대회를 병역특례 대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011년 국제 음악경연대회를 123개에서 30개로 대폭 줄였고 2012년 다시 27개로 축소했다.

전체 인정대회도 계속 줄었다. 2015년 52개에서 48개로 줄인 데 이어 2019년 46개, 2020년 42개, 2023년 36개로 축소했다. 2024년 2월부터는 35개 대회·95개 부문만 병역특례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2026년 10월 현재 병무청이 공개하고 있는 기준도 35개 대회다.

반면 체육 분야의 핵심 성적 기준은 2008년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단체종목에 대해서는 요건이 한 차례 완화됐다. 과거 병역법 시행령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단체종목의 경우 ‘실제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만’ 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2019년 대체복무제도를 손질하면서 이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고 2020년 6월부터 시행됐다. 현재는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 실제 경기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산업기능요원과 승선근무예비역 등 다른 대체복무 인원을 줄이면서도 체육요원 대상 대회는 그대로 뒀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이미 대상 대회가 최소화돼 있고,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일부 비인기 종목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국제대회 우수 성적이 국민 사기 진작에 기여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2018년에도 “전면 재검토”…8년 지나 같은 논란

병역특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야구대표팀 선발을 둘러싸고 논란이 컸다. 일부 미필 선수들이 상무나 경찰야구단 입대를 미루고 국가대표에 합류한 뒤 금메달을 따면서 아시안게임이 병역 해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병무청 역시 폐지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밝혔다. 정부는 이듬해인 2019년 관계부처 논의 끝에 제도 자체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제대회 성적을 ‘국위선양’으로 평가해 병역상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하느냐는 문제는 지속됐다.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이 세계적 성과를 내는데도 예술요원 대상이 아니라는 논란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결국 대중문화예술 분야까지 특례를 확대하는 방안은 병역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제도 개편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태극마크는 병역을 피하기 위한 프리패스가 아니다”라며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반영해 병역특례 기준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고, 나경원 의원은 선수 개인보다 ‘낡은 제도’가 문제라며 국제대회 누적 성적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제도 개편을 둘러싼 문제는 간단치 않다. 체육계에서는 선수의 활동 기간이 일반 직업보다 짧아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한다. 상무 등 군 체육부대가 있지만 모든 종목과 선수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 병역특례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국제대회 도전을 뒷받침해 왔다는 주장도 있다. 2019년 정부가 아시안게임을 대상 대회로 유지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었다.

© 이데일리 & 이데일리TV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TOP